 |
||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한다. 물길을 가르고 건너 갈 땅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곳, 철쭉꽃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에 진흙소(牛)를 타고서라도 건너고 싶은 곳이다. 한곳으로 들어와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고 처음 그곳으로 다시 나가야 하는 땅, 인위적으로 갈라놓고 철책으로 막아놓은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자연에서 묻어나는 추억을 반은 접고 살아간다.
들어가지 못하는 물(水)가에서 선을 그은 마음을 풀어주고 넓혀 주어야 하는 분단의 문화는 촛불 보다 미세하게 늦은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쪽이 막혀있는 벽을 허물어 줄 통일교육과 간접적으로 풀어내는 생활문화를 담을 질 높은 그릇은, 서울에서 김포로 넘어오는 국도 변을 따라 아파트에 밀려 메워지고 있다.
들판과 산에서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살아가는 고라니는 철책과 아파트 울타리에 밀려 살아가는 터전이 줄어들고 있다. 자연환경도 철책으로 분리되어 있는 곳이다. 녹이 슬은 철책의 가시에서 눈길과 걸음이 멈추었다. 무엇이 그렇게 했던 것일까? 한 번쯤은 밥상머리에서 철책의 가시를 걷어내고 그 곳에 꽃이 피어나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 아이들이다. 그러나 정작 울타리 밖의 넓은 세계로 인도하고 큰 꿈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이 땅에서, 통일문화로 풀어내는 노력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출입하지 못하는 물과 땅을 대신하여 품어주고 열어주는 이정표는 어느 곳에 세워지고 있을까!
아이들은 물어보지 않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생활에서 터득하고 있다. 갈라진 땅의 최전방에서 상 조강과 하 조강으로 나누어진 철책선의 가시가 남북으로 눈을 감고 있다. 자아(自我)에서 무아(無我)로 가는 본성을 찾는다는 진흙소(牛)를 타고 가는 길은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철책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생활에서 무디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점점 치고 받는 국제형세에서 소(牛)는 철책선 앞에서 더 이상 건너지 못하고 있다. 진흙소를 타고 조강을 건너가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각과 행사에 그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갈라진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철책이 시민들에게 정신적으로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과 반응은 어떻게 다른지를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여 풀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과 물이 있어도 들어가지 못하고 제제를 받는. 환경은 아이들의 사고(思考)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분단의 특수한 상황으로 시민들에게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연구하고 조사하여, 그것을 정립하고 풀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개인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을 정립하여 밝혀주는 것이 문화도시로 가는 첫걸음이다. 김포의 정체성도 지금의 철책선 안쪽에서만 찾다보니 쉽지 않다. 막힌 곳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분단의 특수한 상황에서 형성된 단절된 문화가 무엇인지도 연구가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심리적으로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다른지를 설문조사나 방문조사를 통해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분단이 생활에서 끼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앞으로 통일문화와 통일교육을 심도 있게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도 김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
||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변5구역, 고소·고발 털고 사업 속도..市, 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변경 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