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어귀의 거미줄에 걸려있던 상여 집에는 상여가 없다. 상여만 없는 것이 아니다. 회다지 소리도 듣기 어렵게 되었고 상여놀이도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게 되었다.
 |
||
쓸 곳이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 문화를 구성하는 도구다. 상여 집처럼 말이다. 삶과 죽음을 운반하는 도구가 놀이가 되었던 문화가 상여놀이다. 죽음을 직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한번쯤 표피에 감싸놓고 놀이로 즐기는 문화는 여유가 있다. 그것은 감추고 내숭을 떠는 문화가 아니라 사람들을 가까이 오게 하고 때로는 기다리며 포용하는 문화다. 그것이 오천년 내공이 쌓인 우리문화의 본질이다.
우리문화는 그렇다. 복잡한 논리가 없이 단순하다. 자연의 문화이며 늙지 않는 청년의 문화다. 담장이 없이 공간에 가두지 않고 공간을 초월하여 놀았던 것이 우리문화다. 그것의 숨결은 억세게 소리나지 않고 강요하고 주장하지 않는다. 놀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함께 놀았던 문화다. 그 속에는 따돌림도 없다. 왼손잡이는 왼손잡이대로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잡이대로 인정하고 존중했다. 처음 시작은 편을 가르고 놀았어도 나중에는 놀이판을 하나로 만들어 서로 화합하고 손을 먼저 내밀었던 것이 우리나라 모임과 놀이 형태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치의 혼돈과 권위의 혼돈이 사람들을 치고 있다. 농경문화에서 오랫동안 구성되었던 틀은 자본주의 바탕에서 사람들의 체형까지 변화되는 시대다. 어떤 요소를 구성하고 있는 틀은 깨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틀은 시간을 두고 알맹이들이 조금씩 모여 구성하고 있는 삶의 흔적이다. 그 틀을 한 번에 깨려고 하는 말(言)들이 혼돈을 낳고 있다. 미디어 시대의 힘이 부채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기에 삶의 일선에서는 파급효과 큰 법이다. 걸림이 없고 여과 없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만 잘못이 없으면 되고 나만 도덕적이면 된다는 생각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난무하고 있다. 말을 너무 쉽게 하고 너무 쉽게 거두어들인다.
가치를 잃고 있다. 말(言)들이 화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비와 바람을 헤아리고 씨앗을 뿌리고 자연에 순응 한다. 염치가 있고 겸손하다. 글과 말(言)로 도덕과 이치를 따지지 않는다. 삶에서 깨우치고 생활할 뿐이다. 상여 집에서 죽음에 대한 간접 경험을 알게 한 것과 같다. 죽음이 늘 가슴에 닿았던 곳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고 자신의 뜻과 언어로 표현하고 깨닫게 하였다. 즉 생활에서 느끼게 했을 뿐이다.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소리만 무성하여 세상을 소란하게 하고 남의 탓만 하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분석만 할 줄 알았지, 실천하지 못하는 소나기와 같은 부류다. 그러한 곳에는 자기 것이 없고 남의 말에 메여 살아가는 곳으로 고삐 풀린 말만 무성할 뿐이다. 오히려 작은 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는 공간보다는 소리 없는 빈 들판으로 남을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사계절의 공간에서 자연을 받아드리고 호흡하는 겨울의 빈 들판처럼 말이다.
각 마을과 도시에는 문화가 있고 정서가 있다. 형태에 따라 느끼고 배우는 것도 다르다. 농경문화에서는 들판과 산에서 배우고 살았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시설과 문화구조에서 보고 배우면서 성장한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차이가 있다.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른이 있고 촌장이 있는 곳에는 인구가 열 명이거나 삼십만 명이라도 섬기고 따르는 문화가 질적으로 다르다. 작은 것에 매달리지 않는다. 큰 줄기를 열어주고 큰 문화를 소개하고 방향을 인도해주는 덕분이다. 어른들이 많은 동네가 큰 문화의 틀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고삐 풀린 말(言)보다는 절제되고 정제된 말(言)들을 배우게 된다.
 |
||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변5구역, 고소·고발 털고 사업 속도..市, 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변경 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