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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님 안녕하세요?
유난히 어려운 기억들이 많았던 지난 해를 보내고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살자고들 한다.

12시 사우동의 밤.
“전화 한 통이면 구운 밤을 집으로 직접 배달해 준다”는 젊은이의 가열찬 자기광고와 철저한 서비스적 외침을 마주 대하며 숙연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도저히 고민이 그 젊은이를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듯해 보인다.
몸을 움직이며 사는 사람들은 안다.

좀벌레처럼 기어드는 열등감이나 관념의 나열이 별로 필요하지 않음을.
그렇게 열심히 사는 소시민들의 가슴이 누군가에게 모를 분노와 한을 품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리라.

부부가 함께 구이를 구어서 파는 곳, 24시 판매점, 생맥주집 등 간판들이 줄지어 선 거리를 다니다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삶의 줄에 서서 밤을 쪼개가며 열심히들 사는지 정말 생생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서로를 논하고 술자리를 갖는 모습이 정겨운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라도 힘겨운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녁이면 소등하고 적막이 감돌던 시골의 모습에서 점차 이제 불빛이 밤새도록 켜 있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아무튼 밤을 낮 삼아 살아도 바쁘고 부족한 세상임에 틀림없다.

하중은 많아지고 일은 중첩되어 있어 여유로움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2002년 새해, 이제 당연히 누려야 했던 것들도 포기해야 하는 일들과 새롭게 경험해야 하는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래는 늘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김치 한 가지와 고추장에 멸치를 찍어먹으면서도 만족스런 밥상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훨씬 더 좋은 환경을 만나더라도 그와 같은 긍정적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즐거운 목표와 희망 한 가지씩은 꼭 가지면 어떨까? 자신만의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듯이 사람마다 그에 꼭 맞는 희망은 다르고 그 희망은 다분히 현실적인 것이어야 한다.

나는 요즘 겨울 산을 오르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사랑하는 한 방법이다.
앉아서 하는 명상도 있지만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신 새벽 겨울 산을 오르다보면 새벽추위에 얼어붙은 눈과 가랑잎을 밟아보는 느낌이 가히 환상적이다. 느낌도 날마다 다르고 눈에 들어오는 사물도 나날이 새롭다. 추운 날일수록 이른 신 새벽에 산에 다녀오면 오후에 느끼는 겨울 추위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늘 그랬다. 멀리 있던 북성산이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어느 사이 눈앞에 있는 모습, 결국 인생은 다 하더라도 “자기포기”만은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마치 잘 튀겨 낸 야채 튀김을 베어먹는 것과 같은 “사각사각”거리는 소리를 너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발자국이 안 난 길로만 더 걸어간다.
멋진 희말리야 산맥이 부럽지 않다. 평생에 한번도 가볼까 말까한 그림의 산 보다 날마다 산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니까.
인생은 늘 그렇게 콩껍질 같은 행복이라도 느끼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 “나무야 안녕?”이라고 말하고 지나쳤다가 다시 나무에게 돌아갔다.
너무도 미안했다.
나보다 훨씬 먼저 이 세상에 와 있었던 생물 아니었을까!그래서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말했다.
“나무님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와요. 자주 만나요”그리고 진지하게 서너 번 쓰다듬은 다음 내려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인생의 한 즐거움은 자신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상대방들의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꺼이 행복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그리고 어찌 되었던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싶어 하는 일을 대단하게 적어놓고 성취하지 못하기보다는 아주 작은 행복의 알갱이들을 주으며 느끼는 것들은 어떨까?이제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안 지났으니 한 번 시도해 볼 일이다.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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