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로 보상이 끝난 논에는 식물들이 살판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으니 거칠 것 없는 생물들은 유유자작 모처럼 한가한 세상을 만나고, 그 틈을 이용하여 중백로는 먹을거리 사냥이 한창이다. 식물들에게 한정된 땅의 평화가 몇 개월 후면 그들에게는 태풍과 포탄을 맞는 땅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택지개발이 아니면 지금쯤 벼가 자라고 있을 땅에 보라색 꽃이 지천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군락을 이룬 물옥잠화 때문이다. 저 예쁜
생명들이 조금 있으면 꽃 무덤으로 변하고 그 위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답답하다 못해 현기증이 일어난다. 아예 보지나 말 것을 차를 몰고 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보라색 꽃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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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집이 부족해서 아파트를 계속 건설해야 한다고 한다. 전 국민이 셋방을 살지 않을 때까지 계속 건설을 한다고 하면 몇 백 년을 짓고도 부족 할 것이다. 아예 전 강산을 아파트로 메워 버려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집 한 채로는 만족을 못하는 욕심 때문이다.
까치를 생각한다. 사람 살아가는 주변의 나무 둥지에서 함께 살았던 까치는 쫓겨나고 있다. 나무가 없고 나무가 있다고 한들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했던 것이 전봇대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살 곳을 잃고 쫓겨나고 있다. 까치를 길조라고 존중을 하다 이제는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신다고 좋아하던 때가 그들에게는 호시절이었다. 과실나무에 까치밥이라도 남겨 두었던 어머니 시절은 오히려 사는 것은 힘들었을 지라도 생활문화는 여유롭고 풍성하였다.
생텍쥐베리가 어린왕자에서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고 했듯이, 지금은 그 계산법이 발전하여 모든 사물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까치는 둥지를 팔지도 않고 제 발목을 잡는 값 높여 부르기도 하지 않는다. 까치가 사람에게 밀려나고 물옥잠화가 꽃 무덤으로 변하는 것도 힘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기후와 토양과 먹이 사슬에 따라 영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영역을 변형시키는 주체가 사람이다.
다른 생명체들이 사람의 터전 확대로 밀려나고 또는 사라지는 지구상의 삶의 형태들은 이상 기후보다 더 이상한 형태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한다. 사람이 이 땅의 주인이 되어 만물을 거느리고 피와 땀을 흘려 돈을 벌고 노력해서 여러 개의 집을 소유하는 것과 사람부터 편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지금 논리로는 당연하다. 그리고 숫자로 셈을 하는 방식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꼭 사람 살아가는 세상이 땅과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야 하는 인간의 정신적이고 사상적인 측면에서 거론해 보는 것이다. 비약적으로 생각해도 마찬가지고 현실을 보아도 같은 생각이다. 생물과 무생물 등 모든 생명체들이 거래의 대상이고 투자의 대상으로 여기는 지금의 경제적인 계산법의 영역 확대를 다시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논바닥에 피어 있는 저 꽃들을 팔월에 사진으로 담는다. 까치가 주변에서 떠나듯 저 보라색 꽃들도 조금 있으면 땅에 묻힐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시멘트 숲이 평당 얼마라는 문구와 함께 당당하게 들어 설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위하여 웰빙 숲 속을 꾸며 놓을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이 왜 이렇게 가벼워지는지 답답하다. 꼭 필요한 땅만 사용하고 아파트도 집도 꼭 필요한 공간만 사용하는 거주문화(居住文化) 정신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까치밥도 물옥잠화도 사람 살아가는 이웃에서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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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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