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산을 오른다.

아무 생각 없이, 혼자서, 묵묵히, 터벅터벅.

첫 번째 봉우리 족두리봉.

가파른 돌산을 열심히 오르다 보면 턱까지 숨이 차 오른다.

내가 여길 왜 왔나!

아~ 너무 예쁘다.

푸르름도, 공기도, 지나가는 사람도,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향로봉까지 서울의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산은 정말 매력이 있다.

날다람쥐처럼 오르다 보면 가슴에 응어리졌던 모든 세상사 시름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다.

솔바람이 겨드랑이 땀방울을 식히고, 향로봉 중턱 한자리에 앉아 명상에 잠겨 본다.

힘든 세상사 모두 잊고, 신선이 되어간다.

지난밤 의견 대립으로 큰소리를 치고 다툰 마음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늙어가고 있다. 날만 새면 어디론가 사라져야겠다’ 고 마음먹고 출발했다. 배낭하나 메고 도착한 곳이 불광역이다. 땀을 흘리며 아무 생각 없이 오르다 보면, 자신이 들여다 보인다.

‘별것도 아닌 것을, 당신은 나를 만나 무슨 영화를 누렸다고, 나는 이렇게 당당한가!’

나는 작아지고 있다.

‘내가 아닌 똑똑하고 대화도 잘 통하고 더 멋진 여인을 만났더라면 당신 인생도 꽤 괜찮았을텐데’

보온병에 담긴 커피 한모금을 들이키며, 넓은 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당신과 연을 맺는 것도 신들의 뜻이 있었으리라.

씩씩하게 하산을 한다.

‘내일 따뜻한 밥에 뭘 해서 먹을까?’

이미정 대표 에코리소스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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