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대표 에코리소스

전화 수화기 너머 들리는 한숨 소리와 한탄 소리가 난다.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 일을 하다 근로자 한 명이 손을 다쳤다는 동종업체 사장님의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 철렁한다.

요즘 사건 사고가 자꾸 귀에 들린다.

정보가 빠른 탓도 있고, 남의 일 같지 않다.

몇 해 전 토요일 오후 남편에게 걸려 온 전화가 생각난다.

“우리 이제 망했다” “공장에 불이 났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공장으로 달려갔더니, 남편은 두 다리를 쭉 뻗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서 “어떡하면 좋으냐!”고 울음에 가득차 있었다.

“다친 사람 없으면 됐어. 걱정 하지마” 나는 떨리는 가슴을 달래며, 남편을 위로해야 했다.

어렵게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인데 공장이 잿더미가 되어 연기만 풀풀 날리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밤새도록 진화하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소방대원들은 철수하고,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갈 길을 생각해 본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나기 힘든 화재가 몇 년 사이에 두 번이나 났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거지가 됐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악재가! 두 번씩이나 이렇게도 올 수 있을까?

하느님, 부처님 원망도 해 보고. 무심하다고 한탄도 해 보고.

며칠동안 “내 탓이요!!” 해야 했다.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을 일이다.

빈틈을 타고 들어온 나의 악재, 정말 힘이 들었다.

신(神)들이 있다면, 무슨 의도가 있었을까 묻고 싶었다.

제조공장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다.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이 길은, 나를 훈련하고 또 훈련하고 정말 맘과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더욱 차분하게, 의연하게 일 처리를 해 가면서 ‘이보다 더한 일에 처한 사람도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며 집념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어났다, 오뚝이처럼.

내 의지와 끈기, 집념은 산을 넘고, 나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정 대표 에코리소스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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