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 민들레 요양원 대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어둠이 오늘따라 더 우울하고 가슴 시리게 한다.

운신도 못하고, 몸은 기역자로 굳어 침상에 누워서 보살핀 지 3년 만에 이른 새벽에 조용히 소천길에 오르셨다.

그렇게 힘들었어도 간절하게 살기를 원했을까?

아니면 눈빛에만 남은 기운으로라도 삶의 끈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을까?

몇 달전 중환자실.

특별 1인실에서 아주 작은 밀폐공간에 질병으로 인해서 격리되어 계셨다.

잠깐 면회하러 가서 얼굴을 뵙는데, 주사바늘 자국이 피멍이 들어 군데군데 보이고 손목은 제제가 되어 있었고, 바짝 마른 몸에 뼈가 앙상하게 보이도록 딱딱해 보였다.

소리만 겨우 “어! 어!” 동물의 단말마 소리처럼 내고 계시며 나에게 마지막 애절한 눈빛으로 뭔가 호소하시는 것 같았다.

“어르신 힘들지요?”

“하루라도 빨리 요양원으로 돌아갈까요?” 하니까 어르신이 그걸 느끼고 아시는지.

“지금이라도 모시고 갈까요?” 물어보니 고개만 계속 반복해서 끄덕 끄덕 하셨다.

그러면서 눈가에 눈물이 흐르면서 어르신은 애절한 눈빛으로 계속 고개만 끄덕이셨다.

그런데 그때 그 모습이 나의 머리에 사진처럼 박혀있다.

이른새벽에 소천하시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창문을 바라보면서 기도 했다. 잠깐이라도 짧게 '고단한 삶을 내려놓고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시라'고 짧은 기도를 올렸다.

이 어르신이 유별나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직도 잔상이 많이 남아 있다.

이분의 삶이 수급자이시고 자식하나 있는데 연락이 안 되고, 주보호자는 여동생이었다.

다른 시설에서 모시고 온 분이다. 몸이 다 굳고 사람이 가면 깨물기만 했었다. 케어하기가 힘든 분이었다. 병원에 마지막에 왔다갔다 하며, 주보호자 분이 호스피스를 원했다

요양원에서 임종을 맞고 싶다 했는데 갑자기 열이 뜨고 응급한 상황이 되니까 병원에 모셔달라했다.

열이 뜨고 하니까 보호자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던지 새벽에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어르신이 일주일동안 계시는 상황이었다.

몸이 밸런스가 깨지고 피부질환도 오고, 중환자실의 격리실 조그마한 곳에 계셨다.

“어르신 집에 갈까요? 요양원에”

그때 할 수 있었던 것은 투석이라든가, 수혈하고 몸 상태가 다 안 좋으시니까 골반뼈도 없는 분이었어요. 낙상이 되고 해서 요양원에 올때 뼈가 없고 완전히 누워있었었다. 85세였다.

보호자도 어르신의 호스피스를 했지만, 마지막 죄를 지은 것 같은지, 모든 일과 의료적인 행위를 다 나한테 맡기셨다.

보호자도, 그분도 노인이니까 제가 다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다.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있으면서 저도 너무 안타까웠다.

보호자님한테 연락해서 제가 모시고 요양원에 오는 게 나을 거 같다고 했다.

보호자 분도 힘들고, 병원에서 계속 계시는 게 아니지 않나 해서 모시고 와서 우리하고 한달정도 같이 있었다.

임종하시고 가시는 마지막 모습도 안타까웠다. 식구가 아무도 없어서.

병원에서도 빈소도 안하시고, 마지막에 보호자인 동생분이 오셨다.

저랑 같이 화장장에 가셔서 보호자인 동생하고 저하고 승화원에 가서 유골을 뿌렸다.

계단에 올라가면 뿌리는 곳이 있다.

대부분은 어르신이 생전에 갔던 곳, 아니면 선산에다 모시기도 한다. 수목장 하시는 분들도 있고 장례에 여러 형식이 있는데 어떤분들은 승화원에서 마무리 하는 분들도 있다.

어르신 보낼 때 진짜 화사한 봄이었다.

아주 벚꽃들이 화려하게 진짜 예쁘게 핀 봄날이었다.

꽃 핀 봄날, 장례식장 같지가 않고 어마어마한 산길에 개나리도 있고, 벚꽃이 너무너무 예뻤다.

승화원 납골당에 가서 처음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구나 이렇게 아름답구나를 느꼈다.

‘그래도 어르신이 이 아름다운 봄날에 꽃처럼 가시는구나’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는 것 같았다.

추운날 가셨다면 가슴이 더 아팠을 텐데. 4월 5일 6일쯤에 가셨다.

꽃이 너무나 예뻤다.

이나경 (민들레요양원 대표)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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