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흔적을 남긴다. 그 덕분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람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고 때로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 그것이 생활문화다. 생활문화에서의 끈은 현재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박물관에서 보게 되는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다. 또 하나는 생활방식의 변화로 일상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특별한 형식으로 맛보게 하는 문화체험이다. 보편적으로 문화체험은 지난 것이 중심이 되며, 그 중에서 문화소통이 제일 빠른 것은 보이는 것과 만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감각기관인 오감(五感)의 영향으로 이해를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만지고 직접 체험하는 것은 미래로 연결하는 끈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문화 흐름을 체득하게 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생활문화가 그만큼 빠르게 변화되었다는 반증이다. 10년이면 강산(江山)이 변한다고 하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지금은 강산이 세 번 변한다고 한다. 그만큼 생활문화의 변화 속도가 빠르며 문화체험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화체험은 옛날로의 회귀(回歸)가 아니다. 삶의 뿌리를 연결하고 체득하게 해주는 생존에 필요한 것이다. 체험의 소재는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근간을 이룬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행위를 하면서 살았는지 그것이 바탕이 된다. 생활문화는 과거와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사람의 숨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생활문화가 중요하다. 미래를 풍성하게 연결하는 정체성으로 늘 솟아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김포에서는 택지 개발에 앞서서 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김포시 통진읍 서암리와 장기택지 개발 지구에서는 구석기 시대 토양 쐐기층과 조선시대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발굴을 하고 있는 서암 국민임대주택 건설 사업지구를 7월에 수차례 방문하면서 조사를 담당하는 연구사의 자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구릉지대에서 토광묘 7기와 회곽묘 6기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관으로 사용했던 나무 조각과 조선중기 건물에 사용했던 기와가 상당수 있었다. 장기지구에서는 구석기 주거지역이 발견 되었으나 서암지구에서는 현재 토양 쐐기층만 발견되었다는 연구사의 설명이다.

이곳은 구석기시대부터 삶의 토대를 이루었던 곳이다. 수천 년 동안 그 땅에 묘를 쓰고 집을 지었고 최근에는 과수원을 하고 채소를 심었던 곳으로 연결되어 있는 땅이다. 2006년 지금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여 살 수 있는 임대 아파트를 짓고자 땅을 파헤치다. 선조들이 생활터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람 살아가는 환경의 맥은 보이지 않는 문화의 흐름이다. 글자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보이는 물건은 없었어도 피와 핏속에 흐르는 문화가 그곳을 계속해서 사람 살아가는 거점이 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발굴조사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구석기시대부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조들과 같은 땅에서 숨을 쉬며 살았다. 선조들이 묘를 쓰고 집을 짓고 살았던 터전이 순환하여 여러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주거지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그 터전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생활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생활문화의 출발점은 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산길과 물길에서 자연과 함께 숨을 쉬고, 이웃과 이웃의 경계선이 없이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터전에서 잔치가 나고 노래와 춤이 나왔다. 혼자만의 춤이 아닌 서로 어울려 에너지를 풀어주고 시너지로 매듭짓는 생활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호박잎에 가려있던 선조들이 살았던 땅을 열어보니 숨결이 살아있는 터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땅에서 발전을 전재로 하는 개발이 땅값만 치솟게 하고 수십 년 수백 년 지나 후손들에게 복구하고 복원해야 하는 땅으로 남겨준다고 가정하면, 후손들의 생활문화는 각박한 문화가 되어 뒷골목을 헤매고 다닐지 걱정이 앞선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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