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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정 에코리소스 대표 |
“우린 큰언니가 친정이야”
몇 해 전 친정 엄마가 긴 투병생활을 마치고 하늘나라에 가시고 동생들이 하는 말이다.
인물도 좋으시고, 정도 많으신 친정아버지를 먼저 보낸지 23년 만에 엄마가 생을 마치며 유언처럼 하신 말씀은 “너 때문에 몇 년 더 살다 간다. 고맙다. 내 큰딸”이었다
오랜 투병생활에 지쳐 “곡기를 끊을란다” 하시더니 정말 며칠만에 가셨다. 지독한 양반.
자식 가슴에 대 못을 박는다고 울고 불고 했다.
아버지 안 계신 이승에서 고생도 많으셨지만, 그래도 때로는 많은 호사 누리지 않으셨을까 싶다. 아롱이 다롱이 자식들이 많아서 때로는 희노애락도 즐기셨으리라 믿고 싶다.
“네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한 인물 했을텐데” 하시며 맏이인 나를 아쉬워 하시곤 했다.
‘엄마 기억나! 칠순잔치 가족들 다 모이고, 친지분 모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하셨던 즐거웠던 모습, 우리 대들보 같은 큰 딸, 큰 사위 자랑하던 그때 그 시절’
기억을 소환해 본다.
부모님의 힘이요. 날개요. 기둥인 맏이. 나는 사랑을 독차지하며 첫 번째로 태어났다.
받은 만큼 살아가며 토해내야 했다. 힘에 겨울만큼.
어느 해 엄마에게 물었다. “왜 첫 번째가 나였냐”고.
“죄가 많아 그렇단다” 하신다.
나의 삶이 고단했던 모양이다.
외독자로 태어나 자란 아버지는 여동생이 많아 생활고에 시달리며 머리 맞대고 의논할 형제가 없어 외로웠다고 하셨다.
늘 입버릇처럼 하시더니 남동생을 안겨 준다고 끝까지 고군분투 하셨다.
하여 2남 5녀를 엄마에게 남겨 주셨다.
큰딸, 둘째딸을 시집 보내고, 남동생이 군에 간 사이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뭐 그리 바쁘셨는지 가정의 대소사도, 아버지의 힘도 아들에게 가르칠 겨를도 없이 귀한 아들만 남기고 가신 아버지가 못내 아쉽고 밉기까지 했었다.
엄마는 아들보다 큰딸에게 의지하고 믿고 살아가셨다.
힘에 겨웠지만, 난 엄마의 기둥이자 맏이였다.
셋째 여동생의 결혼식에 아버지의 부재는 너무나 크게 느껴졌었다.
친지분들의 동정어린 간섭과 조언도 너무 힘들고 슬펐다.
난 어린 나이에 많은 걸 보고, 겪고, 경험하며 어른이 되어 갔다.
고향을 떠나 사회에 먼저 나온 큰딸로 결혼을 하고, 조촐한 신혼집은 동생들의 징검다리가 되어 부모님을 대신해 보호자가 되어야만 했다.
미닫이문 하나 사이로 처제들과 조카들의 웃음소리 얘기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고맙고 감사한다.
부모님의 희망이요, 자랑이었던 큰딸.
이제 지금의 조금은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분들이 안 계신다.
어려웠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자수성가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미정 대표 에코리소스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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