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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용 대표(킬더린) |
참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그 시간으로부터 어느새 1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생일, 저에게는 생일 2일전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2021년 5월 27일 병원에서 6시간정도 누워서 골수기증을 하고 쉬었던 기억입니다. 1일차에는 병실이 없어서 다인실을 2일차부터 VIP병실에서 지냈습니다.
오랜만에 휴식이었습니다. 20대 초반 골수기증 신청을 하고, 매년 달력과 소식지가 집으로 왔습니다. 이사를 몇 번 했는데도 오더군요. 2020년 아파트 관리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공문이 한 장 왔다고 하더군요. 전화번호는 변경되어 국가 전산망이 활용됬다고 해서 신기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조혈모세포은행에서 골수적합자가 나왔다고 검사가 가능하냐고 기재되어있는 공문이었습니다.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두려움 보다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서울의 지정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적합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적합판정을 받고 집사람을 설득하고 최종검사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차가운 바람이 귀를 스치는 소리였습니다. 받아보니 “이식받기로 하셨던 분이 몸이 좋지 않아 기증요청을 취소합니다.”였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식만 받으면 다시 삶이 시작되는데…
다시 1년이 흘러 2021년 3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식을 받을 분이 몸이 좋아지셔서 저의 골수를 받으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골수이식 HLA항원이 일치할 확률, 즉 골수 이식이 가능할 확률은 6만분의 1 대한민국 인구 약 5000만명중 골수 이식 가능한 사람은 833명.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 833명중에 단 0.5%인 4명만이 골수 기증 등록자입니다. 이제 4명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골수 이식에는 조건이 많습니다. 한약, 혈압약 등 약의 종류에 따라 복용만으로도 이식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기증이상자의 비율이 50%라고합니다. 이러한 수치를 제외하고 나면 골수이식이 가능한 건강한 사람은 2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골수 기증 등록자 중에서 실제로 연락을 해도 최종검사까지 받아주는 사람이 약 25%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골수이식을 해줄 사람은 대한민국 약 5000만 인구중에 0.5명이라는 말입니다. 확률상 한명도 되지 않습니다.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은 4명, 건강한 사람은 2명, 나에게 이식을 해주려고 최종 검사까지 받아주는 사람은 0.5명이라는 말이죠.
제일 끔찍한 것은 골수 이식 도중에 철회하면 환자는 바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래도 병원, 조혈모세포은행 코디네이터, 환자 가족 누구도 기증의사자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골수이식이라는 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직장인들은 사실상 사표를 내야할 정도입니다. 평일에 가서 피검사를 3번 받아야합니다.
회사를 반차, 또는 연차를 내야합니다. 검사를 마치고 적합판정이 나면 택배로 주사기와 그라신이라는 약을 보내줍니다.
그라신은 조혈모세포를 증폭시키고 혈액으로 나오게 하는 주사입니다. 주사를 맞는 과정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개인이 택배를 받아 약제를 냉장보관하고 매일 주사기와 약제를 챙겨서 응급실을 찾아가서 5일정도 맞아야 합니다.
영수증을 챙겨야 나중에 비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기부하는 마음으로 영수증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이 주사 부작용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의 경우는 오심과 허리통증으로 정말 많이 고생했습니다. 응급실에 가서 모르핀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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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혈모세포 기증 감사패 |
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소요기간을 계산해 보면 평일 최소 3일, 길면 1주일은 회사 못가고 병원에서 진통제 먹고 누워 있어야합니다. 준비에만 짧다면 6일, 길다면 10일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이제 준비를 마치면 기증하는 병원에 3일을 입원합니다.
1일차 최종검사, 대기 및 휴식 2일차 골수 채취, 3일차 퇴원 또는 골수 채취 후 퇴원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골수 이식이 끝나고 퇴원해도 그냥 일상생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주일정도 쉬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게 최소 9일에서14일 쉬어야 한다고 하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폐업을 하라는 말이 될 것입니다. 또 검사를 받고 그라신을 맞다가 통증으로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입원 시 스케쥴 문제로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사망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기증의사자는 5000만분의 0.5명으로 검사까지 받아준
사람이니까요. 여기까지만 해주는 사람도 대한민국에서 단 1명 찾기가 힘드니까요. 이렇게 개인의 시간, 통증, 불편함을 참으면 감사패 하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시간으로 누군가의 시간이 몇 백배 길어진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기증자가 많지도 않습니다.
VIP병실이 아니라 그라신부작용으로 먹지도 못하는 많은 간식이 아니라 만약 기증의사자가 원하는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면, 지역 헌혈센터에서 한 분만 나와서 주사만 놔줘도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휴가를 권한다면 아마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기증을 할 것입니다.
오늘 조혈모세포은행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증받으신 분 예후가 좋다고요. 기증을 받고 1년이 지나면 돌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다시 삶을 얻었다고요. 저는 그분에 대해 교회를 다니는 것 같다는 것과 40대 초반이라는 것, 그리고 두아이의 엄마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알게 된 동생이 저를 따라 골수기증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혈액암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내 가족도 겪을 수 있습니다. 기증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작은 용기만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작은 용기로 다시 시작된 한 사람의 삶이, 자녀가 다시 누군가에게 시작이라는 두 글자를 선물할 것이라고 끝으로 기증 받으신분께 말씀드립니다.
행복하시고 혹시 제가 다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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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용 대표(킬더린)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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