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에서 주최한 4박5일 일정의 “향토 소리 배움터”에 참가하였다. 연수의 주된 내용은 현장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체험하며, 마지막 날에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국악 동요를 창작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통진두레놀이 보존 방법과 전수관 운영 방안을 찾던 중에 지게놀이 전수관을 직접보고 운영 방안을 벤치마킹 하고자 신청하였다.
길고 긴 장마 끝이다. 7월 24일 당일에는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았다. 김포를 출발하여 산길과 물길을 끼고 다섯 시간을 더듬으면서 강원도 양구군 돌산령 지게놀이 전수관에 도착하였다. 강원도 무형문화재인 지게놀이는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통진두레놀이와 같은 성격이다. 산과 물이 어울린 풍경이 좋은 팔랑(八郞)리 작은 마을에 마주하고 있는 팔랑 민속관과 지게놀이 전수관에는 일년에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
||
| ▲ 돌산령 지게놀이 | ||
도착한 첫날부터 지게와 지게 받침을 이용하여 탑 쌓기와 상여놀이, 회다지를 체험하면서 할아버지들이 놀이를 통하여 소리와 동작이 하나 되어 움직이는 생활의 지혜를 보게 되었다. 체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 교육이다. 옛날에는 교실 교육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에서 나무를 하고 논에서 심부름을 하면서 저절로 귀에 익게 된 것이다. 생활에서 자연적으로 배운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만든 교육 과정이 없다. 그래서 놀이와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교육 방법이 중요하다.
농약이 농요를 죽이고 화투가 민요를 죽였다. 할머니들께 소리를 배우면서 이야기 중에 얻은 결론이다. 옛날에는 부녀자들이 만나면 물동이에 바가지를 띄우고 장단을 치면서 소리를 주고받으며 놀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만나면 화투를 하느라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노래방이 있어서 더욱 멀어지고 배우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생활의 변화는 다른 것도 함께 변화 시킨다. 그래도 팔랑리는 전수관을 중심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건강한 모습과 좋은 소리가 있어 다행스러우나 이것도 사람이 죽으면 소리도 함께 없어지고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형문화재는 새로 보수를 하면 되지만 무형문화재는 당사자가 죽으면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국립국악원 담당 연구사의 이야기가 백번 옳다.
앞으로 생활의 변화는 소리와 놀이를 책 속으로 들어가게 할 것이다. 그래도 그 놀이와 소리를 보존하여 배울 수 있는 체계만 있어도 다행스럽다. 그 마을에서 내려오는 소리와 놀이는 그 마을에서 성장한 사람이 전수자가 되어 계속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다. 그러나 전수나 계승하는 사람들이 없어 문제다. 전국적으로 같은 현상이다. 문화 보존 및 발전 계승도 좋지만 그것을 이어가는 사람이 먹고 살수 있는 것이 먼저다. 사명감과 책임감만 요구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희생을 하라는 것과 같다.
선조들은 마을에 필요한 사람에게는 땅을 내주고 집을 주어 마을에 안착을 시키면서 그 분에게 문화 예술을 배웠다고 한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포용력 있는 문화 안목과 지혜로운 겸손이 후손들에게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틀을 만들어 마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소리는 좋은 것만이 아니라 소리 속에 삶의 이야기와 역사와 춤과 희노애락이(喜怒哀樂) 담겨 있는 보고(寶庫)다. 지방의 무형문화재를 생활 속에서 지혜롭게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
||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변5구역, 고소·고발 털고 사업 속도..市, 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변경 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