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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의 안부

                   50년 만의 안부

                                                 박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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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때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그녀가 쥐여 준 손편지를 읽지 못하고 방과 후에야 방문을 잠그고 마음 졸이며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검정 교복에 세일러복 칼라가 유난히 흰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니면서 살짝 들춰보곤 했던 그때, 시골학교라 그런지 소문도 소리 없이 바람처럼 나돌고는 했다. 둘이 사귄다는 입소문에 얼굴을 붉히던 그야말로 달밤에 박꽃같이 눈부시도록 새하얀 시절이 있었나 싶다.

 운수업을 하던 그녀의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대도시로 훌쩍 이사했다는 말에 그녀를 찾아보겠다고 친구와 함께 이사했다는 동네 바닥을 찾아 헤매던 일, 만나서 반가웠어도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던 것이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였다.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50년이라는 세월이 눈썹에 내린 눈 녹듯 훌쩍 지나간 것이다. 우연히 sns를 살피다가 동명을 확인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화를 넣었다는 첫사랑 그녀 문수경, 이 나이에 낯선 전화에 나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 아직도 내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는 애틋한 감정을 그녀는 정말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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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문학 38호 316페이지, 2021)

 

[작가소개]

박채순 정치학 박사. 월간 『한맥문학』수필 등단. 김포문인협회 회원, 전)서울시노원문인협회 회원. 재아르헨티나 한인 문인 동인지 『로스안데스』편집장 역임. 아르헨티나 외신기자협회 특파원 역임.

 

[시향]

 이 글은 박채순 수필가의「50년 만의 안부」중 일부를 발췌한 글이다. 지금으로부터 먼 추억일수록 맑고 또렷하고 간절하다. 그리고 기쁠 때보다 외롭고 슬플 때 내밀어주는 손길이 더 따뜻하고 오래 기억되기 마련이다. 먼 그때는, 어렸고 순수했으므로 그때 그 순간으로는 도저히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예전엔 마음속으로 좋아해도 정작 만나게 되면 되레 피하거나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했다는 나이 드신 분들의 술회를 자주 듣는다.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톡톡 튀게 자기표현에 익숙한 이즈음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때의 순수함이 그리워서라도 그날의 정서를 더 간직하고 싶어 한다 결국 작가가 진정으로 그리워했던 것은 첫사랑 문수경이 아니라 지난날 그들의 순수했던 모습이 아닐까? 지금 다시 첫사랑과 해후한다 해도 지금의 정서로는 그 옛날의 서로로 마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수했던 그날에 깃발을 꽂아 두고, 회상 시간을 가지다 돌아서지 않을까? 순수한 사랑은 오래 빛바래지 않는 감정일 것이다

글 : 박정인(시인)

 

박채순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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