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목련사례

     목련사례

                              권영미

거무스름한 가지 끝에서 움싹은 확산되고 있다

뿌리로부터 터트려 내는 증상이 몽우리다

춘설 휩쓸고 간 흔적은

너나없이 발열되고 흔들렸다

잎이 돋기도 전에 앞다투어 들려오는

빅뉴스

 

전조다! 아득한 불안이 섞여

기온은 부쩍 바람에 시달린다

한 가지 걸러 착용했던 목련은 소문을 유발한다

옅은 호흡에도 동요 말자던 구름은 어디로 가고

끝끝내 격리되지 못한 새들만

시드럭시드럭 내려앉는다

 

우듬지를 봉긋 벌려 햇볕을 채운다

봉우리는 얼마의 폐활량으로 들썩이나

무증상의 거리가 변형되고 있다

 

꿈틀거리거나 어그러진 망울 속에서

불룩하게 덧씌워진 무언가가 딸려나온다

단 한 번 봄으로 살겠다고

여기저기 흰 마스크 같은 목련이

전속력으로 허공을 침범하고 있다

(2021년 김포문학 38호, 162~163페이지)

 

[작가소개]

권영미 김포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예대학 16~19기 수료, 제24회 김포백일장 운문부 장원 수상(2016)

 

[시향]

 우선 이 시는 제목부터 재미가 있다 실제로 목련이 피어나는 때의 정황을 사례를 들어가며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눈이 휩쓸고 간 나무들은 너나없이 열이 나고 흔들렸다 가지 끝에 움싹이 확산되는 것은 뿌리로부터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 증상이 다름 아닌 몽우리라고. 봄의 ‘기온이 바람에 시달린다’ 고도 한다 변덕스럽기 때문일까 봄바람은 불안하다고 한다 한 가지 걸러 띄엄띄엄 피어나던 목련이 점점 확산 된다 바람에 쫓겨 구름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목련나무 앙상한 가지에 푸석한 깃털의 새들만 내려앉는다

 하나 둘씩 꽃이 피어남에 따라, ‘무증상의 거리가 변형되고 있다’고, 또 한 번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나무는 ‘우듬지를 봉긋 벌려 햇볕을 채’우고 꽃 봉우리가 꽃잎을 밀어 올릴 때는 ‘얼마의 폐활량으로 들썩’여야 하는 지를 짐짓 물어보고 있다 보기에는 그냥 무증상으로 보이지만 단 한 번 봄으로 살겠다고 흰 마스크 같은 꽃이 확산되고 있다는 말을, ‘목련이 전속력으로 허공을 침범하고 있다’고도 한다 목련이 피어나는 사례를 그림으로 보는 듯하다

글 : 박정인(시인)

권영미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영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태봉 2022-10-28 21:25:11

    코로나 열병이 지나가는 어려운 시기를
    목련에 빗대어 잘 표현한 시사성 있는 시, 잘 감상했습니다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