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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등불

                  인도의 등불

                                                    정진수

 

오가는 당신의 마음을 본다

 

갈매기 날갯짓에 마음 빼앗겼을까

골똘한 생각에 빠진 민낯

눈앞, 소통과 감정은 너울성 파도

 

출렁,

 

밤 꼬박 새우느라 허름한 모습 치장 위한

색 덧입히려 장으로 들어선다

소라 멍게 해삼 옷 주섬주섬 입고 따라 나선다

 

파도가 제 색을 잃어버렸다

 

물결의 소울 장단에 엔리오 모리꼬네 소라의 휘파람

-황야의 무법자

파도 피아노의 현란한 광시곡

우렁찬 발성의 물개

어우러져 불협화음이 엮어내는 협연의 하모니

 

뱃사공이 갑판에 슬쩍 풍요를 한 발 얹는다

부딪히며 시퍼렇게 멍든 파도에 슬며시

고동소리 어우러진 갑판, 등 기대

밀려온 다금바리 받아 올린다

 

돌아오는 고깃배를 샅샅이 검문하다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는 등대

 

그가 인도하는 것은 좌표 잃은 길이 아니다

돌아와야 할 곳, 여기 이곳이다

 

(김포문학 38호, 262~263쪽, 2021년)

 

[작가소개]

정진수  계간 『창작 산맥』겨울호 등단. 김포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예대학

제20~21기 수료. 제27회 김포시 백일장 대회 입선.

 

[시향]

  어느 포구를 지키는 등불이 이처럼 많은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등불을 보는 시인의 눈썰미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 시에서의 등불은 다정하고 낭만적이다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기도 하고, 갈매기 날갯짓에 마음 빼앗길 줄도 알고, 골똘한 생각에 빠졌던 민낯으로도 눈앞에 펼쳐지는 너울성 파도와 감정을 소통하기도 한다 밤바다를 지키느라 꼬박 밤을 새운 허름한 제 모습에 색을 덧입혀보고 싶어 할 정도로 멋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라 멍게 해삼을 사러 시장에 갈 때, 슬쩍 따라나서서 색을 입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다 파도가 연주하는 현란한 광시곡도 듣는다 이탈리아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황야의 무법자>가 소라의 휘파람 소리로 들리고 우렁찬 물개의 발성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고동소리를 내며 포구로 들어오는 고깃배 배사공이, 밀려든 다금바리를 받아 올릴 때 등불은 풍요의 고깃배까지 샅샅이 검문하는 것이다 이 등대의 등불은 좌표를 잃고 헤매는 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마땅히 돌아와야 할, 여기 이곳으로 인도하는 등불이다 오일을 넣고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배가 아니라, 꼭 돌아와야 할 사람을 인도하기 위하여 기다리는 등불이다 왁자하고 고요한 포구의 풍경이 눈에 밟힌다

글 : 박정인(시인)

정진수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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