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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여름방학에 독서토론 동아리 학생들과 계룡산 답사를 하였다. 김포를 출발하여 갑사 캠프장에서 일박하고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 캠프장에서 2박을 하는 일정이다. 계획은 1년 전에 세우고 출발하기 3개월 전부터는 답사 지역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필요한 소재를 찾았다. 내용에 있어서는 개인별로 절제할 수 있는 간단한 것부터 전체 학생들이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서 삼일 동안 탄산 음료수와 빙과류 먹지 않기가 있었다.
여름에 텐트부터 식료품 등이 가득 들어 있는 배낭을 메고 계룡산을 넘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땀이 나고 갈증을 느낄 때는 음료수와 빙과류 종류를 먹는 것에 습관화 되었다. 그렇지만 공동으로 정한 “음료수와 빙과류 먹지 않기”는 마지막까지 한명도 이탈하는 사람이 없었다. 또 하나는 동학사 캠프장에서 천원(1,000)에 해당하는 물건 구입하기 프로그램이다. 구입하기 전에 동아리 학생들에게 취지 설명이 있었다. 먼저 선물할 대상을 생각하고 동학사 입구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천 원짜리 물건은 없을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관광 상품 점에서 값이 싼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경험으로 미리 판단하고 있었다. “세상의 일은 내가 판단하는 것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직접 경험을 하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취지 설명을 다시 하면서 정해진 두 시간을 꼭 지킬 것을 강조하고 준비한 천 원짜리 한 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한두 명씩 캠프장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두 시간 후 모두 둘러 앉아 한명씩 물건 소개와 선물할 사람, 가격 등이 포함된 소감을 발표하였다. 소감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아이들은 웃고 있었다. 한명도 빠짐없이 천 원짜리 물건을 구입했으며, 천 원짜리 물건이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한다.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는 내용에 따라 동의를 구하여 결정하는 것과 동의 없이도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시 부자(夫子)간의 여행 이야기다. 안면도 도로변에서 점심을 먹고 난후 민박집에 숙박 장소를 정했다. 모든 것은 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했다. 작고 어설픈 방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다 안면도 어항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필자는 바다를 배경으로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아들은 식당의 차림표를 보고 가격이 비싸다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는 바람에 많은 식당 중에서 한곳을 정하는데 30분을 돌아다녔다.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행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울타리 밖 세상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또한 동행한 사람들의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면서 따뜻하게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답사는 사람이 많이 이동하는 곳과 날짜에 따른 장소 및 참여하는 사람들의 구성과 욕구 등에 따라 프로그램 만들기가 다르다. 프로그램은 복잡한 것도 아니고 준비에 불과하다.
오래된 고찰(古刹)에서 탑을 보면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맛이 다르다. 답사는 여럿이 다니는 맛도 있지만 혼자 다니는 고요함도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다각도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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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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