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에 각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 동안에는 연속성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그 중에는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는 계획부터 취미 활동과 답사가 중심을 이룬다. 학교에서는 동아리와 학급별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성격의 프로그램이 계획되고, 가정에서는 아이에 맞는 여러가지 학습과 가족여행 등을 계획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방학 동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답사다. 그러나 막상 답사를 하려면 준비 과정에서 주제 잡기와 연령에 따른 인원 구성, 답사 장소, 설명 자료, 세부 프로그램 등 쉬운 것은 없다. 가족 답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가족 답사는 다정다감한 프로그램과 상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단체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답사의 출발점이다.

필자는 학생과 교사, 동아리 및 가족이 참여하는 여러 형태의 답사에 참여하고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진행자의 설명 보다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일정을 잡을 때는 역사 현장과 삶의 현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울타리 밖에서 상대방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방학 중에 현장 중심의 답사가 필요한 직업이다. 답사 성격도 자연과 사적지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와 회사, 봉사 단체 등등 현장 중심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각을 넓히는 쪽으로 계획한다. 그중에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가르치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가족 답사도 이런 면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부모와 자녀 또는 부부간에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했던 내용들과 서운했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 답사의 장점이다. 필자는 2005년 12월 31일에 아들과 2박3일간의 여행을 간적이 있다. 평상시 집에서 대화를 하려면 이야기를 하지 않아 고민한 끝에 여행을 택하게 되었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예약도 없이 집을 떠나면서 차안에서 그때마다 필요한 것을 결정하기로 약속했다.

승용차 트렁크에 간단한 먹 거리와 생수를 싣고 옆자리에 앉은 아들과 도착지를 정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공통분모를 찾게 되었다. 경부선과 서해안을 넘나들며 목적지에 대한 몇 번의 혼선을 겪은 끝에 안면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가족이 같이 가지 않고 둘만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부자간에 대화 부족 때문이다. 다행히도 안면도에 가는 동안 차안에서 끊임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모임이나 가족 및 소수 인원이 움직이는 답사 준비에는 몇 가지 필요 사항이 있다. 먼저 답사 주제다. 주제는 무겁고 추상적인 것 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참여하는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 좋다. 주제 잡기의 방향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답사하는 곳의 성격이 바탕이 된다. 주제에 따른 일정은 많은 곳을 무리하게 답사하는 것 보다는 움직이는 동선을 간편하게 하여 참여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속마음을 끌어내는 프로그램이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다.

물론 답사의 성격에 따라서 주제와 일정은 다르다. 그러나 가족 답사는 체험학습(방학과제)이라 해도 무거운 주제 보다는 가족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주제를 굳이 정하는 것은 답사 전에 고민을 하는 요소가 되어 실제 답사를 알차게 하는 출발선이 되기 때문이다.

주제는 사물을 보는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있는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을 함께 아우른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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