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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별을 입히다

         그녀에게 별을 입히다

                                                              박소미

 

그녀와 나란히 네일아트에 간다

맞잡은 그녀의 손, 너덜겅 훔치던 손등이 자울자울하다

나는 손톱에 즐거운 파란을

창창한 분홍을 상상한다

 

가장 아름다웠던 그녀의 봄날로 가고 싶다

검버섯의 하늘을 지나 휘굽은 손가락 너머

주름이 직활강한 능선을 돌아가면

바람의 흔적이거나 별똥별의 자취

별이 틔우던 푸릇한 심장이 운명선과 감정선에 잇닿아

왈칵 청춘이 쏟아질 것 같은

점성술사가 읽어주는 그날들로

 

손등은 또 다른 얼굴이지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쭈뼛대던 손길이 까칠했었나

너는 가늘고 흰 손을 가졌단다 분노에 대해 게으른 눈을 가져라

그때 왜 나는 그녀의 손등을 뺨에 대지 못했을까

 

어떤 슬픔도 오래 내어놓다 보면 의지를 두툼하게 껴입는다

나는 분홍 하늘이 물들이는 그녀의 목덜미를 본다

창망한 바람 같은 새 한 마리 가로등에 콕 찍힌다

 

그녀와 나의 손톱에 같은 별이 떴다

 

(김포문학 36호(2019), 169쪽)

 

[작가소개]

박소미  《국제신문》시 부문 당선(2021) 등단. 김포문인협회 사무국장. 목포문학상 본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장애인 문학상, 김포예총 예술인의 밤 시의회 의장상, 김포시장 표창(2021) 등을 수상하였다. 〈시울〉, 〈달詩〉, 〈시품〉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공저로는 『우리들의 겨울』『바퀴벌레조차 귀여울 때가 있을까』와 〈달詩〉시선『척』『시차여행』『꽃을 매장하다』가 있다

 

[시향]

시인은 너덜겅을 일궈내던 그녀와 네일아트에 간다 ‘손톱에 즐거운 파란을/ 창창한 분홍을 상상한다’ ‘파란’이란 말은 생활이나 일이 순조롭지 못하고 기복이 심하거나 상황이 곤란함을 뜻한다 그럼에도 ‘즐거운 파란’이란다 지난날의 파란이 고스란한 손톱에 분홍을 얹어 기분이 창창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그녀의 봄날로 가는 중이다 검버섯 핀 손등, 휘굽은 손가락, 주름진 손바닥엔 세찬 바람의 흔적과 별똥별 떨어진 자취가, 별을 틔우고 싶었던 젊은 날의 푸릇함이 운명선과 감정선에 잇닿아 있다

그녀는 아마도 어머니일 것이다 시인은 변해버린 어머니의 손이 마음 아프고 ,어머니 또한 딸의 여리고 여린 손을 맞잡으며 마음 아리다 어머니가 ‘너는 가늘고 흰 손을 가졌단다 분노에 대해 게으른 눈을 가져라’라고 다독일 때, 그때 왜 어머니 손을 맞잡아 뺨에 갖다 대지 못했을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게요‘라고 쭈뼛대며 까칠하게 대했을까

분홍 하늘같은 행복을 상상하며 함께 온 네일 아트다 그럼에도 ‘창망한 바람 같은 새 한 마리 가로등에 콕 찍힌다’라고 한다 여기서 ‘새 한 마리’를 ‘눈물 한 방울’로 읽어보니 진동이 느껴진다 눈물 한 방울 맺힌 눈으로 가로등을 바라보았을.

글 : 박정인(시인)

박소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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