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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의 향기 -권정생 작가

                 빌뱅이 언덕의 향기

                 -권정생 작가

 

                                                  권영숙

 

칡꽃향이 옹차게 부신 날 〮

김실아

여기 와보게

이 신문 한 번 봐라

정생이가 극구 유명한 줄 몰랐다

내 옆에 살았지만 극구 유명할 줄은 ﹘ ﹘ ﹘                          

조탑이 생기고는 첨이래

국화 행렬은 아매도 열흘이 넘었제예

노다지 꽃밭이래 꽃밭

아흔이 다 되신 어른

혀를 끌끌 차시다가 고개를 쩔쩔 저으시다가

헛 그참 ﹘ ﹘ ﹘ 사람의 일은 진짜 몰 일이래 ﹘ ﹘ ﹘

날개 모슴처럼 꼭꼭 엮인 내 삶은

단 한 번 뵙지 못함에 가슴이 철렁했다

할배요, 너무 착해서 그래요

아가 맘 아니면 그런 분이 될 수 있나요

자넨 꼭 얼라 같은 소리만 하노

음, 음, 음, 음 ﹘ ﹘ ﹘

 

    하략

 

⦁극구 : 아주 많이

⦁몰 : 모를

⦁아매도 : 아마도

⦁날개 모슴 : 짚 한 묶음 (짚 이엉)

⦁얼라 : 아기

 

(권영숙 시집, 『참 재밌다 그지』, 소울앤북, 2018)

 

[작가소개]

권영숙 경북 안동 출생, 김포문예대학 시 창작 과정 수료. 시집 『참 재밌다 그지』(소울앤북)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년 2차 문학나눔 우수 도서 선정, 산문집

『할매가 무슨 시인이야』가 있다

 

[시향]

  권영숙 시인은 2018년 시집 『참 재밌다 그지』를 출간하며 등단하였고, 김포에서 외손자를 돌보며 시를 쓰다가 지금은 안동시 일직면에서 문학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동시 일직면은 통일신라시대 세워진 조탑동오층전탑으로도 유명하지만, 권정생 아동문학가의 집이 있기도 하지요 권정생 작가는 권영숙 시인의 집안 할아버지 뻘 됩니다 지금 살아계신다면 86세지만 항렬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는 조탑동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일하며 동화를 썼습니다 일본에서 해방을 맞은 후 7살에 안동으로 돌아와 가난과 폐결핵 늑막염 신장염 등과 싸우면서도 오직 아동문학에 몰두하여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강아지 똥’, ‘엄마까투리’, ‘몽실 언니’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요 일직교회 뒤편 ‘빌뱅이 언덕’ 아래에 1984년 지은 집에서 소박하게 살다가 71세(2007.5.17)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유언에 따라 2009년 3월, 유산과 인세 등 10억 원의 기금으로 <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권정생 작가가 소천 했을 때, 일직면에 조탑이 생긴 이래 가장 긴 조문행렬이 다녀갔다고 詩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정생이가 극구 유명한 줄 몰랐다’고. 백석의 시처럼 권 시인의 시는 안동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읽을수록 구수한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에 여건이 된다면 <권정생 동화나라> 문학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박정인(시인)

 

권영숙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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