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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아 놓으면 문(門)은 벽이다

   닫아 놓으면 문(門)은 벽이다

                                                오강현

가슴도 모르는 사이에

몸 곳곳에서 눈물이 흐른다

 

하루 내내 눈을 감고 있으니

아침도 없고 낮도 없다

 

내 방의 문(門)은 몇 개일까

꽉 닫아 놓은 문(門) 하나에

내가 갇혀 있다

 

스스로 설계한 집이었는데

스스로 살던 방이었는데

 

처음 설계할 때와는 다르게

어느 순간 하나 남은 문(門)마저도 벽이 되어

 

문과 문 사이에는 누가 만든 벽이 아닌

스스로 만든 벽으로

수없이 많은 문(門)이 사라졌다

 

활짝 열 수 있는 문(門)도

닫아 놓으면 돌로 쌓은 성벽이다

 

마음으로 눈을 떠야 한다

손으로 문(門)을 열어야 한다

 

처음 설계한 내 방 여럿의 문(門)

거기에 창문까지 활짝 열어야

 

나는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ㅣ

눈물을 멈추고

세상을 똑똑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김포문학』 38호(2021), 240쪽)

 

[작가소개]  

오강현  창작산맥(2021) 등단. 김포문인협회 회원. 동국대학교 대학원 현대문학 석사 수료,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과 석사 과정. 김포시의회 의원. 시집 『오늘 같은 오늘은 가라』(2001), 신문연재 53회 ‘고전 속에 답이 있다’

 

[시향]

 중대 결단을 앞둔 날처럼, 시인은 아침인지 낮인지도 모르는 채, 하루 내내 눈을 감고 있으니 가슴도 모르게 온몸이 젖었습니다 꽉 닫아 놓은 문 하나에 스스로 갇혀 있습니다 처음 그 방을 설계할 때의 작심과는 달리 어느 순간 하나 남은 문(門)마저도 벽이 되어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마음의 문만 활짝 열어젖히면 사방이 문일 텐데도 닫아 놓으니 돌로 쌓은 성벽이 되었답니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 처음 설계한 여러 개의 문(門)과 창문까지 활짝 열어야 ‘내가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 눈물을 멈추고 세상을 똑똑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중국 남송의 무문혜개가 편찬한 공안집 첫 부분에 “大道無門 千差有路 透得此關 乾坤獨步(대도무문 천차유로 투득차관 건곤독보)” 큰 길에는 문이 없으며 천 갈래 갈라진 길이 있으니 이 관문을 꿰뚫는다면 하늘과 땅을 홀로 걷게 되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삶의 방향을 바꾸거나 뭔가 큰일을 도모할 때, 무문관(無門關)에 스스로를 가두고 면벽기도를 하며 마음의 문을 열기도 하지요 시인도 아마 꽉 막힌 상황에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연 다음, 문도 창문도 열어 막막한 현실을 타개하리라 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글 : 박정인(시인)

오강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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