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바람처럼 물처럼 잠시 떠났다왔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대관령 산골짜기를 오르고 올라서 농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왔다. 밤하늘의 별과 달이 쏟아질 듯 가까웠다가는 갑자기 어디선가 밀려온 안개에 씻은 듯 없어지기도 하고, 어디 산 속에선가 들려오는 이름모를 산짐승소리는 아주 어린 시절 멀리서 듣던 그런 승냥이 소리 같기도 하고 너무나 일상과는 다른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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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덧 입혀지지 않은 편안한 상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전기가 들어오는데서 익숙한 삶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음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코드가 다른 존재방식의 세상이 분명 존재한다.
자신이 선택한 선명한 생각을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옳고 그르다고 하기보다는 결코 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을 취해서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밥과 똥을 해결하는 삶은 이 시대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명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과 달리 원시적이기만 그런 낯설음이 왜 그리 신선한 것일까?
잠시의
호흡일지라도 우리에게도 그런 호흡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미네랄은 밥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계곡 물 떠서 쌀 씻고, 청솔가지 연기 마시며 군불을 때고 밥을 해서 단지 고추장 된장에 돋나물 돌미나리를 찍어먹으니 소화는 금방이었다.
오고 가면서 머릿속의 많은 것들이 저절로 정리되었다.
사람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보이고 집착하던 것들이 떨어져서 보면 오히려 단순하게 정리될 수도 있다. 그렇게 유쾌함을 가지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나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마음과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것일 뿐.
자연으로 완전하게 귀의하지는 않더라도 잠시잠시 우리의 귀와 입을 씻고 오기에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은 결코 사치가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
어떤 것에 빠져서 크게 고민하기도 하지만 떨어져서 다시 보면 결국 또 하나의 배움으로 소화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또 아주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골머리를 썩던 것들도 아주 작은 것이었음을 순간에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런 여유로움은 앉은 자리에서는 안 된다.
떠나보아야 앉았던 자리를 알 수가 있다.
그 자신과 자신이 머뭇거렸던 것들의 진실도 입체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별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안철수씨는 그의 글에서 말했다.
자신이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는 어떤 것들을 떠나보낸 사람은 이미 큰 자유함 속에 있을 수 있다.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만이 정직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정말로 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물어보았을 때 가장 정직한 사람이라는 대답이 메아리가 되어서 되돌아 올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았다면 남의 말에 그리 크게 상심할 일이 아니다.
자신을 정직하게 신뢰하는 사람만이 강할 수 있고 자신의 핵심가치와 영원히 함께 갈 수 있다.
자신에게 거짓된 사람은 임기웅변으로, 또는 다른 사람을 속이고 무너뜨린 것 같지만 그것은 언젠가 자신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연 앞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원시적인 모습으로 서 본다는 것은‘별 너머의 먼지’로 사라지는 동시대의 사람들과 함께 아무런 원수도지지 않을 만큼의 넉넉함을 얻는 일이다.
밝고도 밝은 빛만 익숙할 일이 아니다. 때로는 어두움에도 익숙해볼 일이다.
혼자 어두움아래 서보는 일은 두렵고 낯설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새길을 찾는 입구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새 길을 한 번 걸어가는 동안 자신의 내부에는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삶보다 더 이상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좋은 긍정적인 싹들이 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밝은 빛아래서 못보던 것들이 어둠속에서 서 있을 때 보일 수도 있다.
유인봉 admin@gimpon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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