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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리 습지* 말똥게는요

      전호리 습지말똥게는요

                                                  박미림

나 그냥 여기서 살래요

비록 말똥 냄새나는 몸이지만

내 집은 여기 전호리 습지예요

나 그냥 여기 살래요

당신들보다 먼저 터 잡고

당신들보다 먼저 재두루미 다녀간 것을 알고

당신들 피해 밤이면 뛰어다니는 고라니

뜀박질 소리 먼저 듣고 있는 나예요

그런데 이곳이 곧 거대한 굴착기에 의해

내가 살아갈 습지가 사라지고 

콘크리트로 채워진다네요

난 이사 갈 곳이 없어요

원주민인 내게는 왜 허락도 없이

습지를 없애고 내 친구들마저 떠나게 

개발을 하는지 말해줄래요

말똥 냄새가 문제인가요?

내게는 당신들 냄새가 더 역겨운데

서로의 냄새 서로의 영역

존중하며 공존하는 김포 고촌읍 전호리 습지

내가 사는 곳이라면 좋겠는데

당신들 생각은 나와 같지 않나 봐요?

날 지켜줘요

비록 냄새나고 볼품없지만

지켜주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날 자세히 보아요

김포의 미래가 보이지 않나요?

 

전호리 습지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한강하구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다.

멸종위기 붉은발말똥게고라니너구리 등 수많은 생물이 습지에 살고 있는 곳이다.

 

(박미림 시집, <애기봉 연가>,예맥 2021)

 

[작가소개]

전남 해남 출생시집 『벽을 바라보다』(2002),『마네킹』(2004),『눈물은 소리내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다』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2006),『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2013),『붉은 꽃 지는 저녁』가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2018),『애기봉 연가』김포문화재단[예술아람문학창작지원금(2021)이 있고 공저로는『꽃비틀거리는 날이면』(2013),『척(2018),『바람의 모서리를 돌아서면』(2020)외 다수가 있다 김포문학상항공문학상중봉문학상문화예술유공표창 경기도지사상(2019), 33회 김포시문화상 예술부문(2021)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문인협회 김포시지부 회장 역임하였으며달시  〮징  〮시 쓰는 사람들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향]

 오늘은 박미림 시인의 시 <전호리 습지 말똥게는요>를 감상합니다 이 시는 말똥게가 화자(話者)가 되어 전호리 습지가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심을 피력하고 있기에필자는 말똥게 주장의 정당성을 함께 공감해 보려 합니다언뜻 하찮아 보이는 말똥게 같지만 그의 주장에 가만히 귀기울여보면말똥게는 자기종족의 안위보다 습지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애원하듯 제시하고 있습니다 말똥게는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를 사람보다 먼저 보고밤에는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고라니들 뜀박질 소리를 듣습니다 전호리 습지는 그만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증거겠지요 모든 생명체의 삶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우선 습지를 개발하여 얻어지는 현실적인 이득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훗날 우리 인간의 삶에 큰 유익이 될 방도를 말똥게는 부르짖고 있습니다 멀리 내다보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지요 가장 낮고 질척한 곳에 살지만 말똥게의 의견에 우리가 진심으로 귀기울여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박미림 시인은 시집 <애기봉 연가>를 통해 김포의 많은 명소와 오래 추억하고 싶은 장소들을 마치 여행가이드북처럼 시로써 세심하게 묶어놓고 있네요

 

글 박정인(시인)

박미림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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