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좽이 던지는 당신에게

 

                                                         좽이 던지는 당신에게

 

                                                                                                             최종월

 

 당신의 실수에 대해 다시 정리해 봐요 내가 당신의 목표물이 되어 그물에 걸렸을 때 꼬리 자르고 숲으로 숨어드는 도마뱀 살아남기 법을 사용했어요 성공했지요 등 뒤에서 울리는 축포를 들었나요? 당신 얼굴이 컴컴했는지 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바다에 대한 당신의 착각을 알려줄게요 나는 바다에서 태어났으니까요 반짝이는 비늘로 몸을 감싸고 해초 사이를 달리다가 잠들어요 먹고 달리고 잠들고요 당신의 좽이에서 두 번이나 빠져나왔어요 기적은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라 믿으니 한 번 더 남았네요 내가 당신에게 던지는 미끼는 내 몸의 일부예요 세 번 째 미끼도 당신이 받아주면 좋겠어요

 해가 질 때마다 바다는 깊어져요 깊어지는 만큼 해초의 키가 자라지요 좽이를 싣고 오는 당신의 배를 보면서 나는 더 반짝이는 비늘로 몸을 감싸고 숨어요 비늘은 왜 모두 반짝이는지 모르겠어요 해초 숲에 숨어 잠들면 그때는 당신도 같이 잠들어 줘요 불빛으로 눈부시게 하지 말아요 새 기술로도 고치지 못하는 눈병이 돌면 내가 당신의 좽이 속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니까요

 세 번째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겨울잠을 잘 거예요 따뜻한 해저 동굴을 찾아갈 거예요 기적은 반드시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세 번은 믿을 거예요

*좽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작은 그물. 투망

[작가소개]
김폼문인협회 회장역임,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사 편찬위원, 김포문학상 대상, 경기예술인상, 『계간문예』 작가상 수상, 시집으로 『반쪽만 닮은 나무 읽기』『사막의 물은 숨어서 흐른다』『좽이 던지는 당신에게』가 있다

 

[시향]
 최종월시인의 이 시는 자신을 바다 속 물고기로 환치함으로써, 마치 환타지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당신이 던진 좽이에 붙잡힐 뻔했지만, 도마뱀이 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살아남았다고 고백하면서도 그건 당신의 실수였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의술의 힘을 빌렸을 테지요
 반짝이는 비늘을 달고 맘껏 유영하고 먹고 잠들곤 하는 사이, 시인은 자신의 몸 일부를 미끼로 던져두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표현이겠지요 그러나 용케도 당신이 던진 좽이에서 또 한 번 더 빠져나오게 되었다고 안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의 시련을 겪어낸 시인은, 자신의 목숨을 관장하는 ‘당신’ 의 존재를 전에 없이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세 번째까지는 빠져나올 수 있게 해 줄 거라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해가 지고 나면” 즉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바다는 더 깊어지고, 깊어진 만큼 해초가 자랄 것이므로 좽이를 싣고 오는 당신의 배가 보이면 해초 뒤에 숨겠다고 말합니다 “해초 숲에 숨어 잠들면 그때는 당신도 같이 잠들어 줘요” 세 번째 기적을 바라는 시인의 기도가 간절합니다 새 기술로도 고칠 수 없는 눈병이 돌아 내 눈이 안보이면 그때 당신의 좽이 속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제 따뜻한 해저 동굴을 찾아가 겨울잠을 자듯 조심하겠다, 고도 합니다 기도보다 더 간절한 의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글 : 박정인(시인)

최종월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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