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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김동진

 

나는 산 너머에 귀를 열고

겨울 하늘이 하는 말을 듣는다

 

이 겨울

하늘은 흰 나비 떼로 느리게 무너져 내린다

참 순하게 잘 빚어진 언어들이다

 

풀색으로 대지를 덮어 생명을 움트게 하고

푸르디푸른 숨소리로 한바탕 생의 열기를 토하게 하다가

수만의 색깔로 잉태의 계절을 열던

하늘이

 

오늘

한없이 조용한 품으로 대지를 안는다

좀 쉬라는

알아도 모른 척 침묵하라는

뒤를 돌아보고 계획하고 인내하라는

그 언어를 읽는다

 

깊은 잠의 계절

무너져 내리는 겨울 하늘이

조용하고 느리게 세상을 덮는다

내 마음을 덮는다

 

[작가소개]

한국예총김포지부 이사 역임,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경기도지회 부회장 역임, 간 『한국작가』중앙위원 역임, 김포문인협회 고문, 경기도 문인협회 자문위원, 김포문화원 이사, 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 위원, 사)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계간 『한국작가』 이사, 시집 『늦해바라기의 사랑』『숨소리』, 『다시갈 변곡점에서』, 『까치밥 한술』. <숲><시쓰는 사람들> 동인 시집 등 다수. <김포문학상>, <김포문화예술인상> 수상

 

[시향]

 시인은 산 너머에까지 귀를 열고, 겨울 하늘이 하는 말을 듣습니다 하늘이 흰 나비 떼처럼 무너져 내려와 잘 빚어진 언어가 되었다고 하네요 김동진 시인의 사물에 대한 남다른 인식과 삶에 대한 통찰력에 의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생동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雪]이 대지를 조용히 안아주고 있다고도 합니다 대지는 지상의 모든 무생물을 포함한 생명체와 특히 시인을 은유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지금 하늘은 눈을 내려 조용히 대지에게 말합니다 이제 좀 쉬어라/ 알아도 모른 척 침묵해라/살아온 날을 뒤돌아보며 차분히 계획하고 인내해라, 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삶을 겸손하게 관조하는 시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인은 눈이 내리는 시점을 잠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하늘의 언어가 조용하고 느리게 세상을 덮고 시인의 마음도 덮어준다고 진술합니다 세상을 맑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한없이 깊어집니다 하늘의 말은 듣는 이마다, 들을 때마다 각자 다르게 들리겠지만 오늘 김동진 시인이 들은 하늘의 말은 자신을 더욱 성찰하며 내려놓고 살라는 말로 들립니다 이 겨울, 우리도 하얀 눈을 보며 한 번 더 자신을 돌아보고, 번잡한 시속에 휘말리지 않고, 세상을 관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 박정인(시인)

김동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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