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바람의 힘

       바람의 힘

 

                                              김일순

 

행선지 불투명한 검정 비닐

꽃 몸살 앓던 나뭇가지에 걸터앉았네

 

선잠 깬 꽃몽우리 파르르 떨며

얼떨결에 둘러쓴 히잡 같다

 

평화를 흔들어 놓은 것이

어디 나뭇가지뿐이랴

 

치맛단 짧아진 딸애 길 바람 나고

볕든 골목길 빠져나가는 홀아버지

잦은 외출도 바람의 힘이었겠지

 

품었다 밀어내고

붙었다 놓치고

거칠다 온순하고

가볍다 무게 느끼는

 

이 봄 나를 흔들 바람이 궁금하다

 

[작가소개]

김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김포문예대학 1~17기 수료김포문학상 공로상 수상(2010)

경기문학상 공로상 수상(2013), )통진문학회 회장

 

[시향]

 바람이 굴러다니는 검정비닐을 집어 선잠 깬 꽃망울 위에 걸쳐놓았습니다 그 풍경이 시인의 눈에나무가 얼떨결에 둘러쓰게 된 히잡 같아 보입니다 나뭇가지에 걸쳐진 검정비닐을 보고‘꽃망울이 히잡을 쓴 것 같다‘니 시인의 비유가 낯설게 신선합니다 검은 히잡을 쓴 사막 나라의 아름다운 여인이 연상되네요 꽃샘바람이 세차게 불어댈수록 검정비닐 속 꽃망울은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기어이 봄은 오고야 말 테지요 봄바람이 어디 나뭇가지만 흔들어놓겠는지요 치맛단 짧아진 딸아이도 길 바람 나고봄볕 따스한 골목길을 벗어나 홀아버지 자주 외출하시는 것도 봄바람의 힘이었다지요 ‘품었다 밀어내고붙었다 놓치고거칠다 온순하고가볍다 무게 느끼는’ 이 봄의 바람은 자신을 어떻게 흔들까 궁금해 합니다 시인을 흔들 바람이란  어떤 바람일까요고통스럽게 흔들리다 시 한 편 순풍 낳게 되기를 바라는 걸까요?

 

글 박정인(시인)

 

김일순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일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