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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서상민

살과 뼈를 태웠다

발바닥에 박힌 못이 태워지지 않았다

임진강 물결에 아버지를 보내고 왔다

 

오후 다섯 시의 태양이 풍화하는 빈방에는

오후 다섯 시의 기울기가 산다

빛 속으로 모여드는 먼지들은

빈방의 기울기를 이해한다

 

열여덟 아버지는 목수였다

톱과 대패와 망치로 지은 집이

아버지의 기운 연대다

나무에 이는 목질의 바람을 대패로 밀었다

수심이 읽히지 않는 나이테에 못을 박았다

발바닥에 못이 언제 박혔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흔들리는 땅 위에 선 아버지는 힘을 다해

중심을 버티려 했으리라

발의 통증이 퇴적된 방에는

연백에 두고 온 가족의

흑백사진 한 장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영토로 갔을까

걷는다는 건 발을 저는 일

발바닥에서 오후 다섯 시의 못이 빠져나와

긴 등뼈로 눕는다

 

[작가소개]

김포문인협회 전 이사, 『문예바다』신인상 등단(2018), <시품>동인, 김포문학상 대상수상, 치악산 생명문학상 수상, 김포예총회장상 수상, 현 김포문예대학 기초반 지도강사

 

[시향]

아버지를 태워 임진강 물결에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오후 다섯 시의 태양이 풍화하는 빈방의 문틈으로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듭니다 방안의 먼지들이 기운 빛줄기 속으로 일제히 모여듭니다 아버지 빈방의 기울어진 장면들은 서로의 기울기를 이해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시의 마지막 연을 봅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영토로 갔을까/걷는다는 것은 발을 저는 일“ 이라고 절절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열여덟 아버지는 목수였습니다 톱과 대패와 망치로 지은 집이 아버지의 기운 연대였습니다 목질에 바람을 일으키며 대패질을 하고, 수심도 알 수 없는 목재에 망치질을 하며 젊음을 보내셨습니다 언제 어디서 다치셨을까요? 발바닥에 못이 박힌 사실을 자식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그러신 거라 생각했을 테지요 그 시절의 자식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았습니다 연백에 두고 온, 가족의 흑백사진을 벽에 걸어두고 발바닥 통증쯤은 외면하고 사셨겠습니다 고단한 삶을 사셨으나 이렇듯 아프게 기억하는 아들이 있어, 아버지의 영혼은 황해도 연백으로 무사히 돌아가셨을 것 같습니다 기울게 걸으셨던 아버지와 기운 오후 다섯 시의 빛줄기, 그 빛줄기를 찾아 모여드는 먼지들은 아버지와 고락을 함께 한 빈방의 가족입니다 빈방의 가족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요 아버지를 다 태워도 타지 않은 못 하나가, 발바닥으로부터 나와 마침내 빈방에 등뼈를 펴고 눕습니다 아버지는 이래야만 할까요? 우리는 이 분단의 아픔을 언제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까요?

글: 박정인(시인)

서상민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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