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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을 찾다

      내 편을 찾다

                                                                 윤옥여

음력 팔월 열나흘 새벽

바퀴들의 열기도 사라진 도로를

싸늘한 마음이 달린다

 

검은 도로를 희석시키는 안개와

안개의 무리를 뚫지 못하는 달빛이

속도가 붙은 차의 꽁무니에 매달리고

 

어슴푸레 강물 위에서 흔들리는

가로등이 듬성한 만큼

빽빽한 넋두리가 자리 잡았다

 

유일하게 길을 비추는 라이트 불빛 하나는

거나하게 취한 남의 편을 실으러 가는데

추석도 남편도 뒤로하고

이들과 함께 노닐고 싶은 마음은

열나흘 밤을 붙잡고 있다

 

[작가소개]

김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에세이 포레』수필 신인상 당선(2012), 김포시 여성주간글짓기대회 우수상(2013), 세계평화안보글짓기대회 수자원공사장상(2014), 제 1회 예천 전국시낭송대회 은상 수상, 토마토 TV 주최 제 1회 전국시낭송 페스티벌금상 수상, 제 1회 서정주 전국시낭송대회 금상 수상, 2015김포예술인의밤 국회의원상 수상

 

[시향]

  음력 팔월 열나흘 새벽, 추석맞이에 지친 아내가 술 취해, ‘남의 편’ 같은 ‘내 편’을 찾아 갑니다 아마도 시인은 어느 강변도로를 달리나 봅니다 달빛도 투과하지 못할 만큼 짙은 안개 때문에 포장도로가 희부옇습니다 추석 대이동도 마무리 되었는지 듬성듬성 늘어선 가로등 불빛들은 강물 위에 흔들리고 도로는 적적하기만 합니다 흐린 달빛만이 차바퀴에 매달려 따라올 뿐입니다 저절로 나오는 넋두리를 혼자 삭이다가, 불현듯 추석도 남편도 잊고 물결에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처럼, 시인도 거나한 여유를 누리고 싶어집니다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친지들이 다 모이게 될 추석을 목전에 두고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한 남편을 태우러 가는 아내의 마음이야 짐작하고도 남지요 그러나 그 시점에서도 시인은, 단순히 내 짝이 아니라 내 편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 가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미풍양속이 변함없이 유전되는 데에는, 생색내지 않는 사랑과 인내와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가정이라는 시인의 전통건축물에는 사랑과 인내의 버팀목이 미리 탑재되어 있었네요

글 : 박정인(시인)

윤옥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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