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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정
  • 박미림 (김포문인협회 직전회장)
  • 승인 2021.07.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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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서정

                         -척박했던 문화예술계의 선두주자이셨던 故이준안 김포예총초대회장님의 명복을 기리며

 

                                                                       박미림 (김포문인협회 직전회장)

 

때 이른 찬바람이 아침부터 불었습니다

오솔길을 혼자 걷는 사람을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당신이라는 사실을 햇살이 기울 때야

비로소 알게 된 시간은, 멈췄습니다

세상 모든 소음이 귓전에서 정적이 되어

당신의 말씀으로 웅웅거립니다

 

“난 말이야 김포문인협회 1대 지부장이었고, 김포예총 초대회장이었고, 김포시 산림조합장을 지낸 사람이야. 또 문학동아리 詩쓰는 사람들 회장도 역임했지, 그런데 말이야... 이제는 다 내려놓으려 해 소주도, 막걸리도 원 없이 마셔봤고, 세상사는 이야기 원 없이 했더니 이제 할 일도 없고 할 말도 없고 재미가 없어.”

 

웅웅거린 당신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길섶에 핀 코스모스는 당신의 부재를 아는 듯

가을 햇살 그림자에 자신의 꽃잎을 포개 놓고

긴 잠을 청하는 경자년 시월 초사흩날

타인에게는 너그러웠기에 가족은 힘들었다는 것을

이승의 마지막 길목에서 돌아보신 당신,

이제는 당신의 걸걸한 목소리도

뒷짐 지며 걷던 당신의 뒷모습도

돋보기 너머로 당신의 선한 눈동자도

이제는 들을 수도 볼 수도 담을 수도 없는

슬픔을 허락해야만 하는 시간.

 

여기 우리는 술잔을 나누며

깊어가는 가을밤에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이 시대의 선비였던 당신의 그 따뜻했던 마음을......

당신의 그 뜨거웠던 열정을......

 

[시향詩香]

지난해 가을 홀연 우리 곁은 떠난 어른이 계신다. 그분은 그냥저냥 그런 노인이 아니라 그야말로 어른이셨다. 누구라고 한 가지 흠이 없을까 마는 약주를 너무 좋아하신 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맞는 말이다. 군자도 취기가 성하면 갓 끈도 풀어 제키니 흠은 흠이다. 그런 흠을 가진 “어른”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추모시로 애써 슬픔을 달래고자 하는 시인은 고인과의 남다른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나 싶다. 시인은 살아생전 고인의 소탈한 성품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감사의 표현이다. ‘옛말에 내가 좋으면 남도 좋다’는 말이 있다. 시인의 성품도 시 안에 오롯이 담겨있어서 추모시는 더 애달프다. [詩쓰는 사람들] 동인시집 [바람의 모서리를 돌아서면]에 실린 작품을 대하면서 고인과 시인과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신은 이처럼 아름답고 어쩌면 너무 슬프도록 오묘한 작품을 지어놓고 정작 자기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그 어른” 아무리 생각해도 황망하기 그지없다. “선생님, 혹여 짬나시거든 잘 있다고 안부 한번 전해주세요.”

글: 송병호 (시인/평론가)

 

박미림 (김포문인협회 직전회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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