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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통선 엘레지 2   -유모차와 지팡이  

 민통선 엘레지 2     
  -유모차와 지팡이         
                                                                    
                                                                  임송자

마을은 구부러지고
조용하고 느리네
사람보다 새소리가 울울창창 우거지네
골목은 푸르고 성하나 아이들 소리하나 업어 키우지 못하네
노인들은 유모차와 지팡이를 자식보다 더 믿는다네
흘러흘러 생의 하구에 도착한 사람들
일이 없는 날의 노인정은 유모차 주차장이 되네
그들이 밀고 온 건 바람 든 세월과
자는 듯이 가고 싶은 가느다란 희망뿐이네
대문을 잠그고 나간 후 다시 오지 못하는 강물
우두커니 빈집을 지키고 서 있는 빛바랜 유모차
개밥 주듯 쓸쓸한 마음 한켠을 건네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네
집은 더 이상 내려앉을 곳도 없어
수평을 잃고 누우려 하네
조만간 집도 숨을 끊을 모양이네
뒤안 쪽문 옆에 세워둔 지팡이는
푸른 싹을 올릴 것만 같네
바싹 독이 오른 들풀이 노인을 내려 보는
민통선 38번지
 
[작가소개]
한국작가회 회원, 한국산림문학회 이사, 산림문학상, 시마을 올해의 좋은 시 수상, 쉐보레 사보 [쉐비라이프]에 매월 詩발표, 시집 [그날이 어제처럼 지나간 즈음] [풍경을 위로하다] 외 3인 시집과 동인시집 [바람의 모서리를 돌아서면] 등 다수가 있다, [詩쓰는 사람들] 동인, 하성 민통선에 거주
 
[시향詩香]
시편에서 모세는 인생의 년 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 했다. 그렇듯 한 생을 사는 동안 같은 추억이나 같은 기억은 한 몸처럼 그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그 한 몸이 더 이상 추억을 담을 빈 칸이 없다. 흘러 흘러서 바다와 맞닿은 막다른 길에 서있는 그들은 누구일까?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태어나는 것을 미루고 아이 된 노인은 빈 유모차를 민다. 혹자는 삶의 무상함을 말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꿈꾼다. 그 마지막 희망은 천국이나 극락이 아닐까? 또한 유언이나 유훈도 마찬가지다. 죽어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니 무상함이 아니라 영원함이리! 하여도 ‘민통선 38번지’의 풍경이 아니더라도 유형의 것은 사라지고 마는 것, 삼라의 만상이 거스를 수 없을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노구를 기댄 지팡이나 유모차로 한 몸이 되어 자기를 태우고 자기를 의지하는 엘레지의 그 ‘측은함과 그 쓸쓸함’, 한 생의 여정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 : 송병호 (시인/문학평론가)

임송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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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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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효선 2021-04-29 20:54:06

    시를 마음에 담아 음미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이리 소중할 수가 없네요.
    과연 참시인 임송자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리 아름다운 눈을 가진 당신을 오래오래 뵙고 싶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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