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가 있는 공간
성장통  

                                                      성장통                              
                                                                    
                                                                                                                   허가영
 
우연히 펼쳐본 어린 시절 앨범 속에서 친숙한 아이 한 명을 마주했다. 내가 그 아이를 직접 품에 안아본 적은 없지만 어제도 만났고 방금도 만난 것처럼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 앨범을 가득 메꾸고 있는 사진 가운데 한 장을 꺼내 바라본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가 있다. 그 곁에 두어 살쯤은 어려 보이는 아이도 한 명 있다. 먹음직스러운 케이크와 과일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지폐를 입에 넣고 있었다.
  만약 그 아이가 20년쯤 지난 뒤 사진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돈을 망설임 없이 입에 넣을 수 있었을까?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물론 지금의 내가 세상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이보다는 단단함이 쌓여서 두툼해진 앨범을 꺼내 볼 때마다 그때 사진이 간직되지 않았
더라면 지금처럼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내가 점점 작아졌을 때마다 돌아가고 싶었던 그 순간을 벌써부터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학창 시절의 품을 벗어난 지 2년이 흘렀어도 그때의 보살핌과 도움에 끝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때문에 앞으로 배워야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이며 뿐만 아니라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도 깨친다. 살아가면서 제아무리 고단한 ‘성장통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살아가도 되겠다는 믿음과 함께.’...   -수필 [성장통] 부분
 
[작가소개]
제4회 김포문학(수필부분) 신인상, 2020 김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마음 두드림’에서 수필 <어린아이가 가끔은 어른보다 생각이 깊다>로 수상했다. 김포문학에 작품발표(수필). 김포문인협회회원,
 
[시향詩香]
어느 한가로운 시간, 손에 잡힌 앨범을 열자 그 안에 낯

선 듯 낯익은 누가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 아이, 돌사진 속에 펼쳐진 풍경들이 눈에 그려진다. 그 보암직한 것들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폐라니! “와 부자로 살겠다!” 아이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계절이 몇 번 바뀌더니 무릎 보호대를 차고 아장거리는 아이, 십수 년이 훨씬 지난 뒤 사진 속의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어른아이(?), 도화지에 그려놓은 하얀 미소 같다. 누구나 커가면서 겪는 성장통, 성숙의 열매를 따기 위한 과정이다. 한편, 우리는 못 한다고, 못 할 거라고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성정이 어리석어서 스스로 잘못을 배운다. 역설적으로 작가는 성장통을 배운 이상 그가 가는 길은 어떤 장애에도 도리어 성공을 위한 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내공이 장하다. ‘성장통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살아가도 되겠다는 믿음과 함께.’ 모두가 어떤 환경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을 당찬 결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글 : 송병호 (시인/평론가)

 허가영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가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