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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

                   봄밤                                      
                                                                    
                                                홍승희

등짝 등갈비식당 밖에서
한 남자가 졸고 있다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아
때 절은 캡모자
코 밑까지 눌러 쓴 사내
허벅지를 짚은 손바닥이 어설피
잠을 지탱하고 있다
불끈 뭉쳤던 장딴지를 땅거미가
한 올 한 올 풀어낸다
움푹하게 잘린 바짓단 아래
푹 퍼진 발가락들
고무 슬리퍼 옆에 꽁초 두어 개가
바닥에 납작 붙어있다
안에서는 연탄불에
등갈비가 졸아 들어가고
남자의 등짝 뒤로 설익은 허공이
아주 조금씩
미끄러져 내린다
 
[작가프로필]
[김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김포문예대학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다. 김포문인협회 회원, [글샘] [김포문학] 등에 작품발표
 
[시향詩香]
이번주 목요일이 해의 두 번째 절기로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다. 땅 아래 파릇한 새순이 외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신비로운 봄밤의 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대하는 일상 가운데 한 모습을 바라본다. 물끄러미, 술을 즐기는 사람이면 이처럼 유사한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른한 봄날 봄볕에 취하고 낮술에 취하고 잠에 취한 평안이야말로 어떤 값으로도 계산될 수 없다. 밀물 밀려오는 무게에 눌린 눈꺼풀, 어디면 어쩌랴 싶다가도 이브의 유혹처럼 인간이란 속성이 새삼 그렇고 그런 것을, 누가 얼마나 많이 배웠다고, 누가 얼마나 많이 가졌다고 자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솔로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하늘 아래 하나의 개체인 것은 나나 저나 같은 것이니 우리는 그 무엇도 품평할 수 없다. 피차 모자람을 채워주고 부족함을 나누며 살아간다. 등갈비가 뻑뻑하게 졸여들지만 상관없다. 그가 꿈꾸는 그 세상은 몽환보다 더 심오한 삼층의 또 다른 세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캡모자를 눌러 쓴 걸 보면 젊은 사람 같아 요만큼 안타깝다. “남자의 등짝에 설익은 허공이/ 아주 조금씩/ 미끄러”지는 어느 봄밤의 향, 촛불의 바람처럼 스친다.

글 : 송병호 [목사/시인]

홍승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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