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오강현 시의원 | ||
무상(無常)한 이 몸애 무슨 지취(志趣) 이스리마는 두세 이렁 밧논을 다 무겨 더뎌 두고, 이사면 죽(粥)이오, 업시면 굴물망졍 남의 집 남의 거슨 전혀 부러 말렷노라. 빈턴(貧賤) 슬히 너겨 손을 혜다 물러가며, 남의 부귀(富貴) 불리 너겨 손을 치다 나아 오랴. 인간(人間) 어내 일이 명(命) 밧긔 삼겨시리. 빈이무원(貧而無怨)을 어렵다 하건마는 내 새애(生涯) 이러호대 설온 뜻은 업노왜라.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이도 족(足)히 너기로라. 평생(平生) 한 뜻이 온포(溫飽)에는 업노왜라. 태평천하(太平天下)애 충효(忠孝)를 일을 삼아 화형제(和兄弟) 신붕우(信朋友) 외다하리 뉘 이시리. 그 밧긔 남은 일이야 삼긴 대로 살렷노라.
<함께 감상하기>
이 노래는 노계(蘆溪) 박인로의 ‘누항사(陋巷詞)’라는 작품으로 위 가사를 현대어로 해석해 보면 ‘못생긴 이 몸이 무슨 소원이 있으리오마는 두세 이랑 되는 밭과 논을 다 묵혀 던져 두고,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망정, 남의 집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하노라. 나의 빈천을 싫게 여겨 손을 헤친다고 물러가며 남의 부귀를 부럽게 여겨 손을 친다고 나아오랴? 인간 세상의 어느 일이 운명 밖에 생겼겠느냐? 가난하면서도 원망하지 않음이 어렵다고 하건마는 내 생활이 이러하되 서러운 뜻은 없노라. 한 대 광주리의 밥을 먹고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는 어려운 생활을 이것도 만족하게 여기노라. 평생의 한 뜻이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는 없노라. 태평스런 세상에 충성과 효도를 일을 삼아, 형제간에 화목하고 벗끼리 신의 있게 사귀는 일을 그르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밖의 나머지 일이야 태어난 대로 살아가려 하노라.’라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이 찾아와 누항(陋巷) 생활의 어려움을 묻자, 이에 답한 작품이라 전한다. 한음이 노계(蘆溪)의 고생스런 생활상을 물었을 때, 가난하지만 원망하지 않으며 안빈낙도하는 심회와 생활상을 읊은 작품이다. ‘누항(陋巷)’이란 ‘논어’에 나오는 말로, 가난한 삶 가운데도 학문을 닦으며 도를 추구하는 즐거움을 즐기는 공간을 말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 시는 제목에서부터 가난하나 원망하지 않는 빈이무원(貧而無怨)의 경지나 자연을 벗 삼아 안빈낙도(安貧落島)함을 알게 해 준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작품은 당대의 산림에 묻힌 선비들의 고절한 삶과 현실의 부조화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위 짧은 내용 속에도 빈이무원, 안분지족, 유교의 가치인 충효, 화형제, 신붕우 등등 다양한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 그 중에서 ‘나의 빈천을 싫게 여겨 손을 헤친다고 물러가며 남의 부귀를 부럽게 여겨 손을 친다고 나아오랴? 인간 세상의 어느 일이 운명 밖에 생겼겠느냐?’ 이 부분을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해 보려한다. 인간 세상의 모든 일들이 운명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작자의 운명론적인 가치관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그 한계로 인해 운명론에 의지를 해야 하거나 또 그렇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 ‘운명일거야’하며 그렇게 치부해 버리고 운명 탓으로 떠넘기고 사는 경우도 흔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떠넘기면 다 해결되는 것인가.
‘백범일지’를 보면 과거 시험을 준비했던 김구가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로부터 관상쟁이가 되라는 권유를 받고 관상학 공부를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그래서 열심히 관상학 공부를 했는데 김구는 그런 과정 중에 답을 찾았다고 한다. 즉 '관상 좋은 것은 몸이 좋은 것만 못하고, 몸이 좋은 것은 마음이 좋은 것만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주어진 관상, 곧 운명보다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함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한평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스스로 마음가짐을 훌륭하게 만들어 가야함을 깊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김구는 그런 관상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민족의 지도자가 되는 품성을 갖추는 노력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된 것이다. 그냥 타고난 운명만 믿고 사는 삶과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선을 다하고 하늘에 맡기는 삶과는 분명 그 결과가 다를 것이다.
‘누항사’의 내용을 오해 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박인로 또한 본인이 추구한 유교적 가치이자 조선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념이었던 유교 가치를 가난한 삶 속에서도 잃지 않고, 그 나머지를 운명에 맡기겠다고 한 것이지 그냥 대책 없이 운명에 맡기는 삶을 추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돌아보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자. 운동화 끈을 다시 꽉 조여야 할 때이다. 나를 위로하고 내 삶을, 내가 가장 사랑할 때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힘을 북돋아 주자. 그리고 다시 파이팅이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변5구역, 고소·고발 털고 사업 속도..市, 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변경 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