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강현 시의원

廬녀山산 眞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느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헌사토 헌사할샤. 날거든 뛰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는 듯, 白백玉옥을 믓것는 듯, 東동溟명을 박차는 듯, 北북極극을 괴왓는 듯. 놉흘시고 望망高고臺대,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늘의 추미러 므사 일을 사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드록 구필 줄 모르난다. 어와 너여이고, 너 가트니 또 잇는가.
 
<함께 감상하기>
  위 내용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중에서 진헐대에서 금강산의 만 이천 봉을 바라보며 다기다양한 산세가 수려하고, 망고대와 혈망봉의 기세는 지조를 지키는 송강 자신의 모습 같다구 노래하고 있는 가사이다. 현대어로 해석을 해 보면 ‘중국의 여산처럼 아름다운 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에서 다 보이는 듯하구나. 아아, 조물주의 재주가 야단스럽구나. 금강산의 수 많은 봉우리가 나는 듯 뛰는 듯, 우뚝 서 있는 듯 솟아오르는 듯하니, 참으로 수려하구나. 연꽃을 꽃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 바다를 박차고 일어나는 듯, 북극을 바치고 있는 듯하다. 높이 솟은 망고대, 외로워 보이는 혈망봉은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굳건히 지조를 지키는 이는 망고대, 혈망봉 너로구나. 너처럼 지조를 지키는 것이 또 있겠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 묘사에서 구체적 묘사로,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거든. -마나, -듯의 표현과 대구법, 직유법, 활유법 등을 통해 금강산의 장관에 대한 감탄을 읊은 부분이다. 참으로 표현이 놀랍다. 그리고 우리말이 이토록 다양하고 아름답게 쓰이는 표현이구나 하고 감탄을 받을 수 있는 표현이다. 송강의 작품은 순 우리말을 참 잘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고유명사는 한자어로 썼지만 대부분이 순 우리말 표현이다. 학창시절 읽었을 때는 이것이 정말 우리말인가 할 정도로 어려웠다. 그러나 나이 들어 새삼 관동별곡을 읽어보니 새롭고 놀랍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또 있을까. 얼마 전 한글 사용에 대한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김포시 조례를 찾아 본적이 있다.
 
  김포시는 2014년 한글사랑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조례 제1조 목적에서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김포시민의 한글사용을 촉진하고 한글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한글사랑과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제시하였으며 제6조 제2항 제2호와 제3호에서는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 외국어 및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낱말의 사용을 자제하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꼭 사용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외래어의 사용을 자제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트빌리지, 아트홀, 에코센터, 클린도시사업소, 브리핑룸 등등 김포시 공공기관의 명칭과 최근 새롭게 만든 부서의 명칭을 보면 공공기관이 앞장서 외래어를 쓰고 있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클린이라는 용어보다는 청정, 맑은, 깨끗한 등 우리말을 쓰며, ‘상하수도사업소’도 성남시, 포항시, 의정부시, 경주시 등등은 ‘맑은물사업소’로 쓰고 있다. 즉 부서명은 우리말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각 부서마다 ‘가건물’ ‘간담회’ ‘견본’ ‘수취인’ ‘순번’ ‘행선지’ ‘잉여’ 등등 아직도 일본어 투 용어를 흔하게 쓰고 있다. 이는 각각 ‘임시건물’ ‘정담회 또는 대화모임’ ‘본보기’ ‘받는이’ ‘차례’ ‘가는곳’ ‘나머지’ 등으로 순화하여 써야 한다. 공공기관의 공공언어는 사회 전체의 언어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외래어 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하고, 일제 잔재 용어는 청산해야 한다. 그래서 바르고 정확한 우리말을 사용하여 한글 사랑을 행정에서 실천해 주길 부탁한다.
 
  마을, 산, 다리 등등 다양한 이름 중에서 고유 이름을 찾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의미 있고 예쁜 고유한 이름을 우리 시는 수도 없이 많이 잃었다. 예를 들어 고촌에는 옥녀봉과 당산미가 있었다. 그런데 공항 활주로 기반을 다질 땅이 필요하여 옥녀봉을 허물었다. 그리고 기존의 당산미란 이름을 없애고 당산미를 옥녀봉으로 부르게 되었다. 고유한 원래 이름을 찾아주어 지역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 주길 당부한다. 또한 고양시의 달빛마을, 별빛마을, 은빛마을, 옥빛마을 세종시의 도로 이름, 겨레로, 한결로, 솔빛로, 다솜로(사랑의 옛말), 라온로(즐거운의 옛말) 다리 이름에 우람교, 가람교(강의 순우리말), 동 이름에는 다정동, 새롬동, 보람동, 소담동, 집현동, 어진동, 산울동, 해밀동(비가 온 뒤에 맑게 갠 하늘), 아름동, 고운동 등이 있습니다. 새롭게 이름이 필요한 곳에는 과거 연원을 찾아 이렇듯 의미 있고,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짓고 쓰기를 당부한다.    
 
정철의 글을 보면 우리말의 박람회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정철의 글을 자주 찾아 읽는다. 언제나 언어는 생각의 집을 짓는 얼이다. 얼은 정신이다. 얼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우리말을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홀대는 하지 말자.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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