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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남(秋男)

       추남(秋男)
                                                       권영진
 
철새는 어디서 새 주소를 쓸까
 
늦가을 햇살은 까치발 곧게 딛고
숭숭 뚫린 나뭇가지 사이사이 그늘을 들이고
영역을 넓혀가는 해 그림자
노을보다 더 붉게 채색된 잎잎은 슳다
피고 지는 것은 꽃만이 아니다
시몬의 낙엽 밟는 소리를 이끄는 바람의 결
손등은 턱을 바치고 눈길은 하늘 길을 쫓는다
수신용 안테나가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
날자!
무엇이라도 다녀간 길은 새롭게 기억되는 법
철새 비운 자리 짧은 햇볕이 유리조각에 얼비친데
싹둑 잘라내고 싶은 머리카락이
납작 엎드린 동짓달, 그 삭연함
 
나는 어디에 둥지를 틀까
 
 
[작가프로필]
2019 시마을 전국페스티발 시낭송대회 동상 수상으로 시낭송가로서의 공인인준을 받았다. 현)김포문인협회 부회장, 김포예술인 시의장상 등 수상. 시극, 시낭송가로 활동 중이며, 경기문학, 김포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했다. [징] 동인
 
[시향詩香]
그새 역(歷)의 절기는 겨울로 가는 길의 채비를 다 마쳤다는 입동을 지나고 있다. 또 한살 더 보텔 나이가 되면 짐 하나 더 짊어진 무게만큼이나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늘어난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도 자기 길이 있고 어디서 반짝하는 소리에도 색깔이 있다는 걸 잊고 살아가지만 계절은 자기 때를 결코 잊지 않는다. 추남, 시인은 스스로 가을 남자다. 철새를 빌어 어디론가 날아보려고 한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은 누구라도 이유 없이 혼자 있고 싶은 계절이다. 굳이 가을 남자가 아니라도 사색하고 고독해 한다. 결국 순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성장통을 앓는다. 계절은 '피고 지는 것은 꽃잎만이' 아니다. 둘이서 추억을 만드는 것처럼 그래서 '함께'라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아름답다. 찬 바람결에 겨울이 얼비친다. 톡 터져버릴 것 같은 농익은 홍시가 대낮에도 불을 켜는 이 삭연한 계절에 철새는 어디에 주소를 쓸까? 마른 나뭇가지에 걸린 적황색 낙엽이 검붉어지는 동짓달 겨울의 문턱인데...
글 : 송병호 [목사/시인]

 

권영진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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