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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매
                                             송병호
 
가지런한 식탁에 꽃이 앉아 있다
 
꽃은 꽃 저를 닮은 꽃 그대로인데
내일 아침이면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꽃이 저 닮은 꽃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침대 위에 인형이 누워 있다
인형은 애써 사람을 닮았다
 
자식사랑 그리 크셨을까 새벽교회
찬마루에 무릎 굽혀 기도하시던
권사님 우리 어머니, 그녀가 지금
그분을 더 이상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인형 닮은 사람이 되어 있다
 
영혼이 방전된 어둠의 그늘에서
깜깜한 기억이 스쳐지나간,
 
시차의 잃어버린 시절을 쫓아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시작노트]
미래신문에 [詩香]을 연재한지 1년을 보내고 새로 1년의 시작이다. 장을 펼칠 수 있도록 지면 한쪽을 마련해주신 미래신문사에 감사드린다. [시가 있는 공간] 1주년에 즈음하여 내 작품을 상재한다는 것도 그렇고, 목회자로 외길 30여년, 주객이 전도된 듯 시인이란 이름도 낯설다. 2013년 겨울, 현재 김포문인협회 회장인 박미림 시인의 온유한 구애(?)에 이끌려 이듬해 봄 김포문예대학에 등록, 그해 가을 김포시백일장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첫 작품이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의 내가 있게 된다. 작품을 다시 대하면서 ‘이처럼이나’ 하고 새삼 반갑다. 성장 혹은 확장이라는 허울에 어느 지점에서는 습작의 글체(文體)가 인위적일 뿐만 아니라 본연의 서정을 잃어버린듯하여 안타깝다. 물론 작품의 호흡이 다듬어진 면도 있겠지만 그러나 서정적 감성을 회복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내 첫 시집(궁핍의 자유)을 의도적으로 다시 읽곤 한다. 요즘 '테스 형'이 뜬다. 그렇다면 내 습작에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꽃이 자기 향기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 두려운 까닭이다.

 송병호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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