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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 <40>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시어마님 며느라기 낫바 벽 바닥을 구르지 마오.

빗에 바든 며느린가 갑세 쳐 온 며느린가밤나모 셕은 등걸에 휘초리 나니갓치 앙살픠신 시아바님볏 뵌 쇠똥갓치 되종고신 시어마님삼년(三年겨론 망태에 새 송곳부리갓치 뾰족하신 시누의님()피 가론 밧테 돌피 나니갓치 새노란 욋곳 갓튼 피똥 누는 아들 하나 두고,

건 밧테 메곳 갓튼 며느리를 어듸를 낫바 하시는고.             

<함께 감상하기>

이 사설시조는 작자미상으로 ‘시어머님 며느리가 밉다고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마오빚 대신으로 받은 며느리인가무슨 물건 값으로 데려온 며느리인가밤나무 썩은 등걸에 난 회초리같이 매서운 시아버님볕을 쬔 쇠똥같이 말라빠지신 시어머님삼년 간이나 걸려서 엮은 망태기에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님좋은 곡식을 심은 밭에 돌피 즉 품질이 나쁜 곡식이 난 것 같이 샛노란 오이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 하나 두고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하시는고’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우리 선인들의 맵고 고된 시집살이의 어려움이 실감나는 노래이다며느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집 식구들의 성품이 풍자적으로 그려져 있는데풍자가 사실적이어서 누가 보아도 공감을 느끼게 된다이러한 시집살이를 주제로 한 내용은 내방 가사나 민요에서도 많이 나타난다대가족 제도에서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노래한 이런 작품에서 사설시조가 지니는 서민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이런 아녀자의 원한을 노래할 때 이런 노래를 원부가라고 하며 이 노래의 주제는 며느리의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 혹은 왜곡된 가정 생활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이제 곧 중추가절중추절이라고도 하는 한가위 추석이다근대화와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구조뿐만 아니라 가정의 구조와 풍경도 과거의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했다다만 우리는 이런 고전 작품이나 문헌을 통해서 혹은 가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현되는 모습으로 과거의 생활을 확인할 뿐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석이라고 하면 차례를 핑계로 떨어진 가족과 이웃을 만나게 되고또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할 설렘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이런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부간의 갈등며느리들끼리의 갈등이 표출되어 연휴가 끝나면 부부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결별로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했다아마도 아직까지 이런 일은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하는 첫 추석이다‘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이 고향마을 초입에 붙었다고 한다가까운 사람과는 더 멀리하게 하는 코로나19로 이동은 최소화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며 각자의 가정에서 보내기를 권장하고 있다코로나19는 철저하게 우리를 고립하고 단절시키고 있다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살았던 일상의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케 한다물리적인 단절은 되었지만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애틋한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어쩔 수 없는 이 현실을 부정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추석에는 고부간의 갈등며느리들끼리의 갈등은 줄어들지 않을까지금은 없는 웃음도 찾아서 웃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해야 버틸 수 있는 시대다이번 한가위 연휴는 가정에서 화내지 말고 갈등없이 최대한 웃으며 보내자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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