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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각 사람의 추석
   
▲ 유인봉 대표이사

추석 무렵이 되면 하늘의 구름만 보아도 '본향으로 가는 길' 같이 느껴진다. 추석 무렵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추석은 더욱 고향으로 가는 아스라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음력으로 8월 초 닷새 날은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초 저녁에 잠시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초승달이 높이 보인다.

세월은 눈 깜짝하는 것 보다 더 빠르다. 앞으로는 더 빨라질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어미를 때론 기억 속에서 불러내기도 하고 바빠서 까마득하게 잊고 살 날도 오겠지. 

당연하게 잊혀져가고 또 잊어야 사는 것들도 있지만 잊기엔 너무한 것들도 있다. 조상을 잊고 어머니를 잊는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잊는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8월 추석,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가신 조상과 길이길이 이어갈 후손들을 위한 날이다. 

요즘 일찍 성묘를 다녀왔다는 이들이 보인다. 그 발걸음자체가 소중한 자신을 찾는 발걸음이리라. 후대와 자손들이 다듬고 빗질하듯이 산소를 돌보는 모습은 아직도 우리의 아름다운 정서에서 멀지 않다. 때론 아버지와 형제들의 묘를 돌보는 남은 이들의 손길이 경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죽은 자와 산자가 같은 자리에서 숨쉬고 다시 돌아보는 마음자리가 아닐까!

밤하늘엔 유난히 고운 초승달이 선명하다. 가을 풀벌레소리와 들깨밭의 꽃들이 초승달아래 하얗다. 이제 점점 보름달로 채워져가는 날들이 이어지고 그때는 고슬고슬한 햅쌀밥과 풋밤을 “딱”깨물어 먹는 맛이 그만인 추석일 것이다.

추석은 그리움의 유년시절과 앞으로 맞아들일 미래의 출발선이다.  

10년째 어머니가 안 계신 채로 맞이하는 추석이라니 그리움을 담은 쓸쓸함과 더불어 인생사 큰 욕심낼 것도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진실로 얻었다 함도 이루었다 함도 그 무엇이랴! 

살다보면 알게 된다. 어머니의 연장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전혀 다른 개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일 뿐 이모 저모 탯줄과 같이 이어져 있다.  

아침과 저녁의 호흡속에서 에너지의 생성과 치유속에 언제나 어머니는 함께 살아계시다. 

고생 가득한 날들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인생이다. 차고 기울고 차고 기우는 달을 오래보지만 그래도  8월 한가위 달은 또 기대가 된다. 한해의 열매처럼 하루하루 차오르는 기대 가득한 그리움이다.

아침이면 산기슭에서 밤톨을 줍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을의 기운이 조석으로 소리없이 찾아와 팔짱을 끼는데 추석을 앞두고 마음자리를 처음처럼 다듬을 때이다.

짠했던 삶의 이야기는 아무리 아팠어도 시간을 타고 흐르고, 속절없고 때론 어리석었던 시절도 흘러 간다. 올 추석에는 익어가는 것들만 가슴에 남겨두면 좋겠다. 

쭉정이는 떨어지고, 익어갈 열매는 익어가는 것! 

인생이란 이 슬프도록 아픈 장면이자, 안고 걸어 가야할 진심의 묵묵한 무게일까!  

세월은 간단하지 않은 한 사람의 역사의 한 페이지가 쓰여지게 되는 시간이며 또 자식의 자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져 간다.

추석빔을 얻어 입었던 철들지 않았던 날들이 그렇게 좋았는지, 이제 더 절절하고 그립다.

부모 형제와 함께 했던 날들, 성묘를 가며 추석의 아침기운을 코 끝에서 온 몸과 발끝까지 느끼는 즐거움으로 신나던 날들이 었다. 

현재의 이 삶도 더 깊어진 날들이 오면 또 이때를 회상하며 그렇게 좋았던 시절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를 통해서 이 땅을 사셨던 모든 조상님들이 하나의 에너지로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이어져 우리 몸 세포 그 안에 함께 있다.

우리도 우리에게 허한 삶의 에너지를 다음세대로 이어주는 끈이면 족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의 성공적인 삶이 자신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주위에서 이루어낸 결과라고 겸손해야 할 이유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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