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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도리깨
                                            정문자
 
하늘 향해 큰 포물선이 그려진다
멍석을 내리치면 
갇혀 있던 콩들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다
리듬을 익히며 허공과 땅을 오 갈 때
 
한 번은 미움을 털어 내고
한 번은 원망을 털어 내고
한 번은 기억을 털어 내고
마지막엔 사랑까지 털어 낸다
 
만삭이 된 몸 두들겨 맞다 
알알이 잘 여문 것들 출산하고 나면
만신창이가 되어 메말라 가다 
활활 타는 아궁이 속에서 
한 줌 재가 된다.
 
[작가프로필]
2009년 [참여문학] 등단, 전)김포문협 이사, 김포문학상본상, 동서문학상맥심상을 수상했다. 김포문예대학 시창작과정 제11기 수료, 김포문인협회회원, [김포문학] 등에 작품발표.
 
[시향詩香]
생각해보면 돈만큼 불안정한 것도 없다. 벌기는 힘들어도 잃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돈을 풀지만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가 상쾌하게 보이지만 기름 덩어리를 안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에어컨보다 부채가 환경과 건강에 득이 되는 당연한 이치를 편리성만 바라보고 살아간다. 농사도 기계화되고 벼를 훑는 와롱이나 홀태를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도리깨는 가끔 화면을 통해서 콩 타작하는 그림을 보여준다. 헬리콥터 같기도 하고, 왕잠자리 같기도 하다. 내려치면 콩 볶듯 튀는 알맹이들이 불안전한 와중에도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고 도리어 여기저기 이로움을 나눠준다. 그도 모자라 결국에는 ‘한 줌 재’가 되어 토양이 건강하도록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네 인생이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정문자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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