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여성의전화 공동대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빠른 세월이라는 거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해마다 시간이 더 빨라진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다양한 관계 속에 매이고 시간을 내느라 분주한 때문이기도 하리라.
한동안 올해 같은 해는 내 인생에서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 적도 있다.
대단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서 해온 일들이 한 순간 나 자신을 얽어매는 일이 되고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왔다는 생각도 마음도 상처를 입고 죽을 듯한 고통을 느낀 적도 많았다.
겨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루하루 버텨온 날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늘 힘들다고 느꼈던 지난날들이 어쩜 현재보다 더 행복했던 날들이구나라는 늦은 깨달음을 갖기도 했다.
어머니께 용돈 몇 푼 드리면서도 가끔은 잘난 척 했던 마음이 이제 침해 초기인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면서 그때는 배불렀던 마음임을 깨닫는 12월이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김장을 실어 보내면서 어머니는 나를 타인 바라보듯 하며 말하셨다.
“네가 내가 낳은 딸이냐? 집은 어떻게 생겼냐?”라고.
너무나 많은 세월, 그저 어머니는 울타리인 줄만 알았던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
살면서 불평 불만에 가득하기가 쉬운 세상이지만 겨우 몇 날을 남겨 놓은 지금, 어쩌면 이 날들도 다 좋았던 날들이라고 재해석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닐까?
일전에 어떤 모임에 간 적이 있다.
워낙 큰 모임이라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온듯 싶었다.
돌아보니 그 중에는 올해 내게 유난히 고통을 준 사람의 뒷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뒤에 서서 바라보니 우리는 모두 작은 어깨를 가진 사람들일 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 저러한 인연의 모양으로 만나졌던 사람들의 고운 모습이나 미운 모습,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바둥거리며 지켜내려 애쓰는 모습이나 하나같이 연민이 느껴졌다.
그 순간 미움이란 말도 없어지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돌아서서 무언가 닦아지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12월을 보내는 말미에 설 때마다 그렇게 마음의 부채를 청산해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렇잖아도 무거운 주제가 많은 세상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 나쁜 기억의 덩어리들을 풀어내고 그동안 부족함 투성이었던 인간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용기를 갖고 싶다.
또 그렇게 ‘작심사흘’이 될지라도 사람은 늘 다시 살아내려고 애쓰는 것과 다시 결심하고 도전하는 아름다움이 필요한 것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고 숨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 ‘최선을 다해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한 해’를 소원했지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이제 다시 또 그 주제를 붙잡고 노력을 다해서 살아내 하루 하루를 좋은 날로 만들어 가고 싶다.
그날은 그렇게 좋은지 몰랐어도 돌아보면 금방 좋았다라고 회상할 수 있기를.
편집국 mirae@gimp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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