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고전 속에 답이 있다】<35>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한숨아 셰한숨아 네 어느 틈으로 드러온다.
고모 장지 셰살 장지 들 장지 열 장지에 암돌적귀 수돌적귀 배목걸쇠 뚝닥 박고 크나큰 잠을쇠로 숙이숙이 차엿는듸 병풍(屛風)이라 덜걱 접고 족자(簇子)라 댁대골 말고, 녜 어느 틈으로 드러온다.
어인지 너 온 날이면 잠 못 드러 하노라.                                            
 
<함께 감상하기>
 
이 사설시조는 ‘한숨아 세한숨아 네 어느 틈으로 들어오느냐. 고모 장지, 세 살 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쩌귀, 숫돌쩌귀, 배목걸새 뚝닥 박고, 크나큰 자물쇠로 깊이깊이 채웠는데, 병풍이라 덜컥 접은 족자라 대대굴 만다네. 네 어느 틈으로 들어오느냐. 어찌된 일인지 네가 온 날이면 잠 못 들어 하는구나.’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그칠 줄 모르는 시름이라고 하는 어두운 주제를 해학적으로 표현해 냄으로써 슬픔을 웃음으로 해소하는 묘미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시름을 막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이란 결국 웃음을 통해서만이 극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을 관통하는 것은 한숨이 아니다. 한숨을 뛰어 넘은 웃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며칠 전,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던 밤에 혼자 흙탕물로 가득한 계양천을 둘러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그것을 글로 정리를 해 보았다. 그 내용은 이렇다.
 
‘수십 년을 한 자리에 머물며 사는 계양천의 벚꽃 나무들을 보면서 저 나무가 몇 번의 시련을 겪을까. 산책로를 걸으며 생각하다가 내 삶으론 도저히 감당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만만한 것이 나무에 매달려 파닥거리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잎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뭇잎들을 보며 생각을 했다. 봄에 싹을 내어 가을에 생(生)을 마감하는 이파리, 저 흔한 푸른 생(生)은 떨어져 죽을 때까지 몇 번의 시련을 겪을까.
 
그래 먼저 벌레들의 공격이 있겠지. 쨍쨍 내리쬐는 태양의 뜨거움은 기본이고 숨 막히는 먼지들의 공격도 있을 것이고. 수시로 부는 바람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버둥거림과 폭풍우와 폭탄 같은 우박도 있겠지. 생각이 촘촘해질수록 이 또한 만만한 삶이 아니었다.
 
내 삶을 저 나무에 붙여보았다. 봄에 싹을 내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저 푸른 생들보다 내가 더 힘들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저렇게 치열하게 버둥거려 보았는가. 폭풍우와 우박은 맞을 수 있을까. 온전하게 하늘을 받아들여 보았는가. 한 생을 울었던 매미의 그늘이라도 되었는가.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가을날, 다시 이 길을 걸을 때 떨어지는 누런 나뭇잎을 보게 될 것이다. 하늘하늘 춤을 추며 생(生)을 내리는 잎을 보게 될 것이다. 둥실둥실 춤을 추다 땅에 살포시 몸을 눕히는 잎, 그 잎을 보면 아마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하늘하늘 춤을 추며 생(生)을 내리는 나뭇잎, 우리네 생(生)이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말기를.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강현 시의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윤쌤 2020-08-26 11:45:11

    상식 밖의 사람들이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같은 때에 위로가 되는 싯구라 잠시나마 미소짓게 되네요! 이겨내야죠^^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