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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포구

                  대명포구
                                                박위훈

‘니나노 집’, 예의 그 앞을 지날 때면 취객들과
아가씨들의 걸쭉한 입담에 귀를 닫았다
민망한 걸음을 붙잡는 손,
갈래머리 그녀였다 그렁그렁한 눈,
십년이 지났어도 한 눈에 알아봤다
졸업 후, 동창생과 살림을 차렸다는 말만
바람에게 듣고 기억에서 멀어진
대명포구 어시장
가끔 횟감이나 꽃게를 사러 온다
늘어선 상호들이 비린내를 풍기며 입맛을 흥정한다
파도소리를 밟고 난바다로 들어서는데
젖은 고무장갑과 눈이 맞았다
니나노 집 그녀다
당당했다, 싱싱한 활어 같았다
신랑은 고깃배를 타고 그녀는 활어를 팔고
횟감을 닦달하는 여느 손들 못지않다
옷에 묻은 비늘이 뭇별처럼 반짝였고 
비닐전대가 그녀의 꿈을 산란해 품고 있었다
 
넙데데한 그녀가 만선이었다
 
[작가프로필]
2013 계간 [감성문예] 신인상,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전)김포문임협회 이사, 김포문예대학 시창작과정 11-15기 수료, 김포문학 공로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향詩香]
누구라도 곱거나 혹은 기막힌 추억하나는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짐 하나 내려놓는 일, 하여도 스치는 바람에도 길이 있고 세미한 소리에도 색깔이 있는 것처럼 애틋한 연민은 너무 고와서 더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는 민망한 손길에 얼마나 난감하고 황당했을까?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똑순이로 변신한 그녀는 활어 같이 역동적인 미래를 꿈꾼다. 어느 하늘아래서 어느 바다에서 무엇으로 살았으면 어떠랴? 중요하지 않다. 오늘 잊힌 안부를 접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동창생인 뱃사람 그 녀석과 어물전의 그녀, 굵직한 파도처럼 고단했을 삶이 도리어 아름답게 여겨진다. '횟감을 닦달하는' 솜씨나 튼실한 앞치마에 달라붙은 생선비늘이 '뭇별처럼 반짝'이는 '갈래 머리'의 연민, 배부른 '비닐 전대'가 만선인 대명포구 어시장, '넙데데한' 여사장 그녀는 그의 동창이다.
글 : 송병호 [목사/시인]

박위훈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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