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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34>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빗만 싯고 뷘 배 저어 오노매라.        
                             
<함께 감상하기>
 
이 작품은 월산 대군의 시조로 ‘가을 강에 밤이 되니 물결이 차도다. 낚시를 드리우니 고기가 물지 않는구나. 비록 고기는 못 잡았으나 사심 없는 달빛만 배에 가득히 싣고 돌아오도다.’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이 글의 주제는 가을 달밤의 풍류와 정취로 볼 수 있다.
 
가을 강의 밤경치 그리고 낚시와 달빛이 어우러진 강을 배 저어 오는 작가의 마음에는 빈 배로 돌아오는 아쉬움 같은 것은 아랑곳없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삶이 표현되어 있다. 물욕과 명리를 초월한 작가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삶의 정신이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는 빈 배의 정경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시조의 성격은 낭만적, 풍류적이며 이런 노래를 한정가라고 한다.
 
얼마 전에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인 입추(立秋)가 지났다.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월산 대군의 노래를 감상해 보면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단순히 낭만적인 분위기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여기에서 고기를 잡지 않아도 되는 작가의 신분이나 현실적 입장을 떠나 작품의 의미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 보자.
 
여기에는 명예와 물질적 욕심을 초월한 ‘없음’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즉 욕심 없음의 철학, 이것을 상징하는 소재가 ‘빈 배’이다. 고기는 잡는 것이 아닌 마음을 가다듬는 대상이고 ‘빈 배’는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또한 고전에서는 가을하면 풍요의 계절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글은 ‘없음’ 혹은 ‘비어 있음’의 의미이다.
 
8월 들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어제와 오늘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세 자리 숫자가 되었다. 다시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 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싸워 이겨야 할 대상,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우리 생활에서 뗄 내야 뗄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코로나19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떠오른 단어가 ‘간격(間隔)’이다. 꽉 찬 것이 아닌 사이와 사이를 비워두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간격’ 말이다.
 
가로수의 나무들을 보라. 붙어 있지 않고 간격을 두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라. 역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빛난다. 들에 피어 있는 꽃들도 마찬가지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피어 있다. 대상과 대상 사이에는 비어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 더 자연스런 것인 줄도 모른다. 이렇게 거리를 두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나 자신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관조적 삶의 중요성과 사람들과의 관계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격려하며, 서로 믿고, 연대하는 즉 협력적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로인해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는 마음보다는 물질만을 추구하며 숫자의 노예로 살았던 삶, 자연보다는 인간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살았던 삶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과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를 성찰하는 삶, 그리고 물질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연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삶, 늘 가까이에서만 지내다가 거리를 두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삶으로, 자연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는 삶으로 전환하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마스크의 중요성만 인식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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