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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서

                 바다에서
                                                   안정숙

낡은 철로처럼 마음이 덜컹거리는 날
토해내고픈 파편으로 위장이 따가운 날에는,
숲길은 어머니다
뜻밖에 찾아온 손님에게 해무는 구름 이불로 감싸주고
어머니 양수 같은 바다의 짠 내음
 
햇살 넉넉한 숲길, 틈마다 바람은 친구가 되어
말을 걸어오고, 검정색 빨간색의 상상이 해무에 섞인다
 
양 어깨가 넓어지는 날
이방인의 삶이 낯설게 느껴지거든 바다에 오라
버거운 가슴은 썰물에 미끄러져 갈 것이다
 
먼 산에서 이사 온 바람결에 풀린 눈동자
비워내 가득한 너그러움이 내 안에 들어오는 날
심상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시작으로 이끌 터이니
 
 [작가프로필]
김포문인협회 회원으로 김포문예대학 시창작과정 20기를 수료했다. 제27회 김포시백일장 장원, [글샘] 등에 작품발표.
 
[시향詩香]
바다는 품이 넓고 커 어머니의 품으로 비유되지만 그냥 생긴 말이 아닐 테다.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 자녀와 가족이라는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지천과 내 그리고 강이 어우러져 동역이 되어주었기에 바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 잘 날이 없어서 이리저리 쓸리기도 하고 파도에 아파한다. 바람 잘 날은 고사하고 피멍 가실 날이 없다. 시인은 그런 바다에서 숲과 바람의 틈을 기웃거리며 심상(언어)을 잉태한 엄마로 비워낸 넉넉한 여백을 색칠할 색색의 생각(상념)을 상상한다. 태곳적 무풍의 바다 같다. 어쩌면 여성으로서의 ‘자기’일지도 모른다. ‘자기’로의 ‘나’는 ‘숲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는 생각이나 성품이 분명해야 하고, 소소한 것일지라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흔한 재료들이 시가 되고 문장이 되기도 하지만 시인은 결코 흔치 않은 이기한 것들로 새로운 시작에 출항을 꿈꾼다. 그리고 詩, 그 경이로운 과정을 차츰 채워갈 것이다.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안정숙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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