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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발자국

바람 발자국

                                   임경순

봄으로 겅중겅중 뛰어가더니

숲은 고개 숙이고

풀꽃의 이름을 찾아 나선다

여름고개에 오르니

바다는 흰말 엉덩이를 내리치며

해변으로 쫓긴다

사람들이 말을 타고 하얗게 쓰러진다

가을 산책길로 접어드니

풀씨 하나 둘 따라오고

나무는 빛바랜 손수건을 종일 흔들다가

너와 나의 경계를 덮는다

겨울 모퉁이를 돌아

도시 빌딩 사이쯤은 쏜살이다

창문 틈으로 장송곡이 흐르고

비닐봉지가 부웅 떠 있다

 

발자국이 없다

 

[작가프로필]

[시문학] 등단, 시집 [숨은 벽]과 동인시집 [물풀의 허리] 등의 작품집이 있다. [혜화시] 동인, 김포문인협회 회원

 

[시향詩香]

계절은 지루하거나 단조롭지 않으려고 스스로 철이란 경계를 넘나든다. 더도 덜도 가장 알맞게 자기를 들어내 보여준다.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도 풍경을 베껴 시인이 되고 인생을 논한다. 시인은 자연이 주는 순환의 고리를 여성적 유순한 문체로 목걸이의 연결고리처럼 물 흐르듯 사계를 엮어낸다. 바람은 너무 하해서 보이지 않아 그렇지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바람 같은 인생이 다녀간 흔적은 어떤 모양일까? 홀연 어여쁜 꽃말의 의미도 격정적 파도의 입맞춤도 다 스러지고 말 것들, 끝의 실상은 화려하지도 녹녹하지도 않은 황량한 빌딩 밑동의 키 작은 민들레꽃이거나 혹은 자기 모습을 탈피한 홀씨 같은 이단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절을 버린 낙엽이 창틈을 배회하는 장송곡은 에덴을 향한 마지막 길처가 아닐지, 정작 내 발자국이 없는 빈 비닐봉지의 가벼움, 우리네 삶이 어느 계절이라고 다를까? 다 숙연한 까닭이다.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임경순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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