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고전 속에 답이 있다] <32>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님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을 일 지어 먹고

중문(中門) 나서 대문(大門)나가 지방(地方) 우희 치다라 안자 이수(以手)로 가액(加額)하고 오는가 건너 산(山) 바라보니 거머흿들 셔 잇거늘 져야 님이로다. 보선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곰븨님븨 님븨곰븨 천방지방 지방천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위렁충창 건너가셔 정(情)엣말 하려 하고 겻눈을 흘깃 보니 상년(上年) 칠월(七月) 사흔날 갈가 벅긴 주추리 삼대 살드리도 날 소겨거다

모쳐라 밤일싀만졍 행혀 낫이런들 남 우일 번 하괘라.

<함께 감상하기>

이 작품은 ‘임이 온다 하거늘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을 나서 대문으로 나가서 문지방 위에 치달아 앉아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 임이 오시는가 건너 산을 바라보니 검은 빛과 흰 빛이 뒤섞여 서 있거늘 저 것이 임이로구나.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을 벗어 손에 쥐고 엎치락뒤치락 허둥거리며 진 곳 마른 곳 가리지 않고 급히 달려 건너가 속에 있는 정든 말하려고 눈을 흘깃 들어보니 작년 칠월 사흘 날 깎아 벗긴 삼의 줄기 살드리도 날 속였구나. 그만두어라, 밤이기 망정이지 낮이었다면 남들 웃길 뻔 했구나.’라는 내용의 사설시조이다.

그리워하는 임을 어서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밥까지 일찍 지어 먹고, 안절부절 기다리다가 삼의 줄기를 임으로 착각하고 속은 것에 낭패스러워 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낸다. 일은 일찍. 지방은 문지방. 가액하고는 이마를 가리고. 거머흿들은 검은 빛과 흰 빛이 뒤섞인 모양. 곰븨님븨는 엎치락뒤치락, 연거푸는 계속하여. 삼대는 삼의 줄기. 모쳐라는 그만두어라. 우일은 웃길로 해석한다. 해학적 성격이 강하며 주제는 임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조금씩 잠잠해 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뒤늦은 장마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비로 인한 피해가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은 코로나에 이어 폭우 피해로 이 여름이 이중 삼중으로 힘겹다. 이 사설시조에 나오는 주인공은 임의 부재로 힘들게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런데 임을 기다리는 간절함, 진지함보다는 웃음과 해학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감상하는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맞다. 이럴 때일수록 더 심각한 이야기가 아닌 해학적인 글은 작은 위로가 된다. 또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이야기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서로 위로가 된다.

설상가상, 아주 고통스러울 때는 주추리 삼대라도 좋으니 고통을 순간 잊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남을 의식하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자. 그런다고 해서 남이 비웃거나 웃음꺼리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고통의 순간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잠시 동안이지만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주추리 삼대의 역할이라도 나는 하고 있는가?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강현 시의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