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관리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책을 회수 하는 것이다.

대여와 반납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로 마을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바람이 있었다면 반납 날짜를 지키고 분실하지 않고, 책에 낙서나 이물질을 묻히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1년간 빌려간 책 중에서 회수가 되지 않는 책이 이백 여권이 되고 파손되는 책들이 증가하여 나중에는 도서관을 운영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를 상대로 도서관을 운영 하다보면 어려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에 책을 빌려가던 학생 중에서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매번 책을 빌려가고 반납을 할 때는 투명 비닐로 책 표지를 깨끗하게 쌓아 가져오곤 했으며 부탁을 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생각하여 필요함을 만드는 그 아이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어른들에게 도서관을 왜 운영해야 하는지를 거꾸로 깨닫게 하는 아이였다.

매년 겨울방학에는 2박3일간의 문화 답사가 있다. 희망하는 가족이나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서해안부터 남해안 까지 몇 년을 주제에 따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답사 마지막 날에는 30여명의 학생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촛불을 앞에 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일명 '사랑제'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즐거웠던 일들과 자신의 소망을 발표하는 시간에 한 어린이는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는 가슴 아픈 이야기에 둘러앉은 모두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다.

여러 종류의 '어린이 문화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은 주변을 탓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잔치 떡 잔치'라는 동화읽기 행사를 하면서 열악한 환경의 작은 공간에 올망졸망한 어린이들을 초대한 적이 있었다.

손바닥 보다 작은 떡 하나와 요구르트 한 병을 나누어 주었을 때 바닥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작다고 탓하지 않고 적은 것에도 즐거워하는 소박하고 욕심 없는 모습은 생활이 어렵다고 고민 할 때 마다 그 아이들의 웃음이 보물이 되어 마음을 치유하는 약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도서관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사람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을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러한 어린이들을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는 것과 어린이 프로그램과 더불어 봉사하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루터기는 어린이 문화마을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작은 동네 역할을 하던 곳, 즉 동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놀이터가 바로 '어린이 문화마을'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그루터기는 없어졌지만 어린이들이 갈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이 없는 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동체적 요소를 갖고 운영되었던 곳이다.

그루터기를 운영하면서 '어린이 문화회관'건립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각 동네마다 마을회관이 있고 어른들을 위한 문화자치 센터와 청소년 문화의 집이 있어 체계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듯이, 어린이들에게도 문화 복지 차원에서 문화회관을 건립하여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어른들의 땅은 작아도 아이들의 땅(시설)만큼은 제대로 세워줄 수 있도록 어린이를 위한 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제안하는 지역문화의 여유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체육공원을 만드는 한쪽 귀퉁이라도 의무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전문적인 문화시설을 건립할 수 있도록 하여 학교와 지역사회, 부모와 아이들이 나누어주고 배우는 공동체 어린이 문화마을 즉 어린이 문화자치 센터를 만들어 어린이 문화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동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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