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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강현 시의원 | ||
오동(梧桐)에 떨어지는 빗발 무심(無心)히 듣건마는
나의 시름 하니 닙닙히 수성(愁聲)이로다.
이 후(後)야 입 넓은 남기야 시물 줄이 이시랴.
<함께 감상하기>
이 작품은 김상용의 시조로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무심히 듣건마는, 나의 시름이 많으니 빗방울 떨어지는 잎마다 쓸쓸한 소리로구나. 이 후엔 다시는 잎 넓은 나무는 심을 리가 있으랴.’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작품에는 작자의 힘겨웠던 삶이 배여 있다. 인조 반정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힘들고 마음 편할 날 없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시키고 있다. 그래서 일명 시름가 혹은 수심가(愁心歌)라고도 한다.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발을 통해 힘들고 시름겨운 삶을 노래하고 있다.
잎이 넓은 나무를 심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떨어지는 빗줄기가 잎에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크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그 무엇보다 쓸쓸하게 들리기에 앞으로는 오동나무처럼 넓은 잎을 가진 나무는 심지 않겠다는 것이다. 작자의 심적 상황이 괜하게 오동나무 잎과 더 나아가 오동나무를 심지 않는 것으로 옮겨지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하늘은 잿빛, 창 밖에 오동나무가 있는 것은 아닌데 떨어지는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빗소리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다른 생각을 못 하겠다. 지난 밤에 날아온 비보(悲報)로 인해 내 시름이 많아 빗소리가 크고 슬프게 들리나보다. 이유를 떠나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이 그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내 나이 10살,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지금과는 다르게 예전에는 그 나이에 죽음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 할 때였다. 그런데 늘 내 곁에 있던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다는 것, 그리고 주변 어른들이 어린 나에게 ‘아들아, 너 큰일 났다’, ‘아이쿠, 이렇게 어린 것을 놓고 먼저 가면 어쩌나.’라고 하면서 우는 모습에 심적으로 처음 맞이한 죽음은 매우 큰일이며, 울어야 하는 것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누워만 있고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말도 없이 누워만 있다는 것에 처음 경험하게 된 죽음의 충격은 매우 컸다. 그래서 마당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두 살이 많은 형과 3일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월명사의 제망매가에는 "생사로는/ 여기 있으매 두렵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느냐/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가는 곳 모르는구나"라는 내용이 있다. 떨어지지 말아야 하는 잎이 떨어지고 아침부터 빗소리 크게 들린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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