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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저녁

                                           어느 저녁
                                                                                                 서상민


느 저녁어머니 혼자 사는 나 태어난 집 맞은편에는 삼십년 넘게 소식 끊긴 명호와 명호 어머니의 구멍가게가 보안등 밑에 졸고 있고 구멍가게를 왼쪽으로 끼고 삼십 미터쯤 가다보면 내 첫사랑 영미 집이 있고 다시 왼쪽으로 동사무소를 지나 그린전기 동원탕 풍년떡집 십여 미터 더 가다보면 지금은 스님이 된 왕익이 집이 있다 왕익이 집에서 우리 집으로 되돌아오는 오리정도 되는 밭길 중간쯤 기타 잘 치고 그림 잘 그리던 내 첫사랑의 첫사랑 돈석이 집이 있다 첫눈이 왕익이 빡빡머리 위로 내릴 것 같은 날 저녁 하릴없는 몸뚱어리 일으켜 영미방 창문이 보이는 화단에 앉아 담배 한 대 피고 돈석이 집에 들러 소주 한 잔 마시며 명호 안부 묻고 싶은 어느 저녁
 
[작가프로필]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2018) 등단, 전)김포문인협회 이사, 현)김포문예대학 초급반강사, 김포문학상대상, 치악산생명문학상, 김포예총회장상을 수상. 김포문예대학 시창작과정 재학 중 반장으로 4년을 봉사했다. [모던포엠] [창작21] [김포문학] 등에 작품발표, [시폼] 동인
 
[시향詩香]
그리움 하나 추억 둘, 피부병을 앓고 있는 콘크리트 고샅길, “혹시 서**씨댁 아세요?” “저기 전봇대 오른 쪽으로 돌아 다시 왼쪽으로 열 댓 걸음 가면 구멍가게가 있어요, 그 집이에요.” ‘친절한 영자씨’의 손가락 안내를 받긴 했어도 초행길은 언제라도 낯설다. 詩바닥 풍경이 너무 정답다. 마주 대하듯 선연하다. 꾸밈없이 소박한 시인의 성정을 쏙 빼닮았다. 이른 새벽 첫 담배 한 모금이 가슴속을 후비며 파고드는 것처럼, 눈뜨자 내린 착 달라붙는 쫀득한 커피 향처럼. 알딸딸한 소주잔의 취기와 얼큰하게 우려낸 라면국물 맛이 난다. 아련히 둘로 셋으로 겹쳐오는 무대 위에 사람들, ‘첫사랑 영미’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까? 어쩌자고 이처럼 삭연한 ‘어느 저녁.’
글 : 송병호 [목사/시인]

서상민 시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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