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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23>오강현 시의원과 함께 고시조 읽기
   
▲ 오강현 시의원

귀뚜리 져 귀뚜리 어엿부다 져 귀두리,
어인 귀뚜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 소리 쟈른 소리 절절(節節)이 슬픈 소리 제 혼자 우러예어 사창(紗窓) 여읜 잠을 살드리도 깨오는고야.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리는 저뿐인가 하노라.    
 
<함께 감상하기>
 
이 사설시조는 작자미상으로 귀뚜라미 저 귀뚜라미, 불쌍하다 저 귀뚜라미, 어찌된 귀뚜라미가, 지는 달 새는 밤에 긴 소리 짧은 소리, 마디마디 슬픈 소리로 저 혼자 계속 울어, 비단 창문 안에 깊이 들지 않는 잠을 잘도 깨우는구나. 두어라, 제가 비록 미물이지만 독수공방하는 나의 뜻을 알 이는 저 귀뚜라미뿐인가 하노라는 내용이다.
 
임이 그리워 전전반측(輾轉反側)하는 처지를 귀뚜라미에 의탁(依託)하여 노래한 것으로 순수한 감정이 그대로 노출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귀뚜라미에 의탁하여 밤을 외로이 지새우는 규방(閨房) 여인의 섬세한 마음으로 잘 묘사한 작품이다. 귀뚜라미라는 대상에 화자의 감정이 이입되어 그리움의 정한(情恨)을 우의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시조의 주제는 독수공방의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계절은 봄의 끝자락인 늦봄이다. 요즘 저녁 무렵 도심의 주변으로 살짝 벗어나 길을 걷거나 잠시 차를 세워 멈추고 귀를 쫑긋하게 세워 들어보면 여러 소리가 있다. 특히 도심에서는 들을 수 없는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그리고 갖은 풀벌레 소리가 봄밤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하여 한껏 밤의 감성에 빠지게 한다. 깜깜한 밤의 매력은 소리이다. 아마도 이런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바로 귀뚜라미 소리이다.
 
이 시조의 종장을 보면 무인동방(無人洞房)의 처지에서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유일한 이가 귀뚜라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감정을 이입하여 자연적 대상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위로받을 수 있는 것, 이것은 결국 외로운 처지의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열어서 귀뚜라미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입장으로 생각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작든 크든 부정적인 처지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마음을 닫게 된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오픈(open)이다.
 
닫힌 귀, 닫힌 눈, 닫힌 입, 닫힌 감각과 마음은 변화가 없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고여 있는 것, 그것은 정체다. 외로운 처지가 오래될수록 세상과 자아를 염세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늘 귀를 열고 눈을 열고 입을 열고 모든 감각을 열어라. 무엇보다 마음을 열어라. 열려 있어야 문제든 갈등이든 풀어지고 해소된다. 개인적인 일부터 공적인 일까지 자아의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 열린 마음만이 새것을 받아들이고 더 건강한 자아와 진전된 조직, 진보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마음을 열면 귀뚜라미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오강현 시의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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