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3일에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굳이 특별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은 대부분의 가족들이 연말이 되면 음식점이나 여행으로 모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3일에 있었던 음악회는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한 그리 흔치 않은 송년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25평의 작은 공간에서 어머니와 아이들 70여명이 함께한 송년 음악모임은 생활문화의 또 다른 신선한 면모를 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나오는 분위기였다.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조용한 음악회 분위기에 산만한 아이들이 참여해서 음악회를 망치지 않을까” 참여하기 전에 어머니들은 여러 걱정들을 했을 것이다.
작은 공간에 연주자와 얼굴을 맞대고 빙 둘러 앉아 음향기기도 없이 연주자의 숨결과 스치는 손가락을 직접 마주하며 듣고 보는 음악회는 커다란 무대에서 관람하는 성격의 공연과는 전혀 색다른 맛을 전달하고 느끼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가야금의 선율이 울리면서 시작되었던 음악회는 마이크와 커다란 소리로 울려 나오는 일반적인 공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웅장한 면에서 다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음향기기가 없었던 옛날에는 궁중음악이나 일반 백성들이 사랑방이나 장터에서 보고 들었던 음악이 이런 형태였을 것이라는 것을 유추해 보면 참 소리를 듣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 악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해설하는 진행자의 질문에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단소요“ 라고 자신 있게 답변한다.
지금은 음악 교과서에 우리음악이 절반가량 편성되어 있고 학교에서도 단소를 비롯하여 음악을 듣고 배우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설자의 단소와 평조단소의 차이점을 듣고, 다시 연주를 들어 보는 시간이 계속되는 동안 부모님들의 진지하고 학구적인 모습이 일반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자 이것은 무엇일까요?” 60년대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지금의 리코더가 피리인줄 알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피리라는 설명과 더불어 세피리, 향피리에 이어서 당나라 음악을 연주할 때 사용하는 당피리를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동안 역시 궁금한 점이 많은 아이들은 연이어 질문이 계속된다.
“그러면요! 청나라 음악을 연주하는 청 피리도 있나요!” 아이들의 예리한 질문이 일반 공연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음악회를 마련한 “김포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에 아낌없는 박수를 드리고 싶다.
마주보고 서로 듣고 말하는 자연스런 음악회는 생활 속의 문화를 조금씩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실천의 모습이다. 옛날 사랑방에서 들었음직한 우리음악을 듣는 기회를 마련한어머니들의 따뜻하고 속 깊은 마음에 감동을 받는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해금으로 연주하는 동안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하고, 대금과 아쟁,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악 “천년만세‘를 합주 하면서 아주 특별한 송년 사랑방 음악회는 1시간 30분 동안 끝났지만 여운은 오래 갈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60년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장터에서 천막을 치고 멍석을 깔아 놓은 곳에 간 경험이 있었다.
그때 나이가 몇 살 인지는 기억에 없지만 허름한 무대에서 짙게 분장하고 나온 사람들의 애절한 노래 소리와 음악이 오랫동안 귀에서 마음으로 담아 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들었던 악기 소리가 아쟁 산조가락 이라는 것을 몇 년 전에 야 알게 되었다.
송년 사랑방 음악회에 참석한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마련한 자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연주되는 동안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오늘 들었던 가락들이 오랫동안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되는 생활문화의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포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에서 마련한 송년 음악회에서 “문화는 바로 생활에서 이웃끼리 마련하고 이루어지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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