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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난 넓은 들판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몇 채 안되는 집들 사이로 한가로워 보이는 농촌의 겨울 풍경.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할만한 구수한 풍경 속에 파묻혀 있는 곡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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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을을 찾았을 때 이장님을 비롯한 곡촌 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관에 모여 조촐한 잔치를 끝내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내년에 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우리를 경계했다. 하지만 곧 사라지게 될 마을과 주민들의 풍경을 담고 싶다는 우리의 의도를 밝히자 적극 취재에 협조해주셨다.
처음에는 서먹석먹한 분위기였지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지기 시작했다. 이쁘게 찍어 달라고 하시는 할머니부터 끝까지 안 찍겠다는 버티시는 아주머니까지. 각 가지 표정을 연출하시며 즐거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주민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지만 그들의 표정 속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마을 주민 중 한사람은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 따르긴 하겠지만 평생 살아온 마을이 사라지고 정들었던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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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마을 회관을 비롯한 모든 건물에는 파란색 락카로 철거 번호가 매겨져 있어 이제는 모두들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을 힘겹게 지켜오시던 마을 주민들의 마음에도 어쩌면 파란 멍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마을 주민들의 가슴 속에 맺힌 파란 멍을 말끔히 풀어 드릴 수는 없지만 주민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마을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오늘 찍은 사진처럼 영원히 간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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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덕 시민기자 yomicchec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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